두산이 두산답지 않은 플레이를 속출하며 패한 날, '새내기 곰' 안재석(19)만큼은 눈부시게 빛났다.
안재석은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주중 3연전 1차전에 7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데뷔 처음으로 한 경기 3안타를 기록했다. 안타 3개 모두 3루타였다. 출루마다 득점까지 해냈다. 커리어 최다 득점도 경신했다. 두산은 9-18로 패했다. 안재석은 분전했다.
안재석은 원래 이 경기에서 벤치 대기였다. 그러나 경기 직전 김재호 대신 선발 투입이 결정됐다. 3회 초 선두 타자로 첫 타석에 나선 안재석은 롯데 선발 투수 앤더슨 프랑코의 시속 131㎞ 슬라이더를 공략, 우측 선상을 타고 파울 지역으로 흐르는 2루타를 쳤다. 프랑코 상대 두산의 첫 안타였다. 0-3으로 뒤지고 있던 두산은 이후 신성현이 사구로 출루했고, 장승현이 적시 2루타를 치며 1점을 추격했다. 정수빈이 좌전 적시타, 김인태가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치며 동점을 만들었다.
두산은 4회 수비에서 어수선했다. 선발 투수 박정수가 선두 타자 딕슨 마차도에게 땅볼을 유도했지만, 베이스 커버 뒤 토스를 받고 1루를 밟는 과정에서 발을 헛디뎠다. 투수 실책. 이어진 상황에서 한동희의 강습 타구를 3루수 신성현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후속 김민수의 좌전 안타는 처리하던 야수진의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공이 흐르며 1루 주자의 득점까지 허용했다. 박정수는 지시완과의 승부에서 폭투를 범했고, 후속 추재현에게 우월 투런 홈런까지 맞았다. 이 상황에서는 추가 득점이 없었지만, 5회 수비에서 7점을 내줬다. 전세가 넘어갔다.
그래도 안재석은 타석에서 의미 있는 타격을 이어갔다. 7회도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투수 이승헌의 시속 142㎞ 직구를 공략, 좌전 2루타를 때려냈다. 이번에는 밀어쳐 선상 타구를 만들었다. 최용제의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두산이 9-18로 뒤진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대우의 시속 147㎞ 포심 패스트볼을 때려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쳤다.
올 시즌 '2안타' 경기는 5번 해냈지만, 3안타는 처음이다. 종전 1개밖에 없었던 2루타를 3개 더 추가한 점도 의미가 있다.
안재석은 특급 유망주다. 두산이 2004년 김재호 이후 17년 만에 투수가 아닌 내야수를 1자 지명에 뽑았는데, 그 주인공이 안재석이다. '야구를 예쁘게 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재호의 후계자로 기대받았다. 올 시즌 출전한 32경기(17선발)에서 타율 0.320을 기록했다. 신인 야수 중 단연 빼어난 퍼포먼스를 남겼다. 수비 안정감도 매우 뛰어나다. 송·포구 기본기가 탄탄하고, 임기응변이 뛰어난 모습도 수차례 보여줬다.
두산은 9점 차 완패를 당했다. 그나마 8회 초 5득점도 무려 14점 차에서 컨디션을 점검해야 할 투수들이 투입된 상태로 얻어냈다. 그래도 안재석이 위안이다. 이 경기에서만큼은 주전 유격수 김재호를 잊게 할 만큼 빼어난 활약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