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가 암초를 만났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껄끄러운 상대인 일본과 이란 중 한 팀과 같은 조에서 경쟁하게 됐다.
이란이 최종 예선 구도를 뒤흔들었다. 이란은 16일 2차 예선 C조 최종전에서 이라크를 1-0으로 꺾고 조 1위로 올라서며 최종 예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2차 예선에서 한 때 조 3위로 처져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홍콩(3-1 승), 바레인(3-0 승), 캄보디아(10-0 승)에 이어 이라크까지 잡고 4연승으로 순위를 뒤집었다.
최종 예선 조 편성은 이달 말 발표하는 6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따른다. 12개 팀을 6개 팀씩 2개 조로 나누는데, FIFA 랭킹 순으로 두 팀씩 묶어 1~6번 포트에 배정한다. 다음 달 1일 조 추첨에서 같은 포트에 속한 두 팀을 서로 다른 조에 배정한다. 5월 랭킹 기준으로 보면, 아시아 3위인 한국(39위)은 2번 포트에 들어간다. 한국보다 순위가 높은 일본(28위)과 이란(31위)이 1번 포트에 속해 양쪽 조로 나뉘게 된다.
물론 6월 랭킹이 바뀔 가능성은 있지만, 한국이 8계단 높은 이란을 뛰어넘긴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최종 예선에서 1번 포트의 일본 또는 이란 중 한 팀과 같은 조에 묶이게 된다. 그나마 2번 포트에 함께 이름을 올릴 호주(41위)를 피하는 게 위안거리다.
한국에 있어 일본전은 심리적 압박감이 큰 승부다. 한일전 역대전적은 80전 42승 23무 15패로 한국이 우세지만, 해외파를 총망라한 최근 두 차례 맞대결에서 한국이 연거푸 0-3으로 완패했다. 2011년 맞대결은 ‘삿포로 참사’로, 10년 만의 리턴 매치였던 3월 승부는 ‘요코하마 참사’로 각각 기록됐다. ‘요코하마 참사’ 당시 손흥민(29·토트넘), 황의조(29·보르도) 등 한국의 핵심 공격진이 빠진 점을 고려해도 전반적인 경기력과 전술적 대응 능력의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이란은 더 버겁다. 상대 전적도 열세다. 31전 9승 9무 13패다. 특히 최근 6차례 맞대결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2무 4패다. 최근 두 차례 월드컵(2014, 18년) 최종예선에서 한국은 이란과 경쟁하며 간발의 차이로 본선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최종 예선 진행 방식도 주요 변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당초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팀당 10경기씩 치르는 스케줄을 짰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이달 열린 2차 예선처럼 조별로 한 곳에 모여 일정을 소화하는 방식으로 변경을 검토 중이다. 한곳에 모여서 할 경우 원정경기 장거리 이동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촘촘한 일정이 문제가 된다. 초반 몇 경기에서 삐끗하면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본선 진출권은 4.5장이다. 각 조 1·2위 네 팀은 본선에 직행한다. 조 3위 두 팀은 플레이오프(PO) 맞대결을 통해 대륙 간 PO에 나갈 한 팀을 정한다. 아시아·북중미·남미·오세아니아에서 한 팀씩 모두 네 팀이 대륙 간 PO를 벌여 1, 2위가 마지막 본선 진출권을 손에 넣는다.
최종 예선에는 반가운 이름도 있다. ‘항서 매직’ 박항서(61)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92위)이 자국 축구 역사상 처음 월드컵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베트남은 16일 2차 예선 최종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2-3으로 졌지만, G조 2위로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베트남이 최종 예선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묶일 경우, 외국인 감독(파울루 벤투·51·포르투갈)의 한국과 한국인 감독(박항서)의 외국팀이 본선행을 다투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진다. 박 감독은 16일 한국 미디어와 비대면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한국과는 (최종 예선에서) 만나지 않는 게 좋다. FIFA 랭킹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다. 혹시나 하늘의 뜻으로 맞붙게 된다면, 도전하는 입장에서 잘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