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의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 연합뉴스 제공 오지환(31·LG)이 귀환했다. 3년 만에 당당하게 대표팀에 뽑혔다.
오지환은 16일 서울 도곡동 KBO 야구회관에서 발표된 도쿄 올림픽 최종 엔트리(24명)에 포함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3년 만의 대표팀 승선이다. 이로써 그는 3년 전의 아픔을 씻어낼 기회를 얻었다.
오지환은 2018 아시안게임 때 큰 홍역을 치렀다. 당시 대표팀 구성은 일부 선수의 병역 혜택을 위해서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 중심에 오지환이 있었다. 2016년 경찰 야구단에 지원했던 그는 문신 문제로 탈락해 대회 직전까지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일원으로 활약하지 못했다면, 시즌 종료 후 입대해야 했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고, 백업 내야수로 뛴 오지환은 4주간 기초 군사훈련으로 병역을 대신했다.
하지만 대표팀과 일부 선수를 향한 비난은 계속됐다. 대회 기간 경기력이 기대에 못 미친 터라, 금메달 획득 후에도 대표팀 구성과 관련된 논란이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선동열 대표팀 감독이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가기도 했다. 야구인으로서는 최초였다. 정운찬 전 KBO 총재 역시 2주 후 국정감사에 출석했는데, 정치인 편에 서는 발언을 했다. 결국 대표팀 첫 전임 사령탑이었던 선동열 전 감독은 자진해서 사퇴했다. 오지환의 이런 소용돌이의 중심이었다. 그를 향한 악플도 쏟아졌다.
당시에는 백업 유격수 및 내야수였다면, 오지환은 이번에는 당당히 대표팀 제1의 유격수가 됐다.
오지환을 제외하면 특별한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김하성(샌디에이고)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어, 대표팀 차출이 막혔다.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두산)는 올 시즌 하락세와 함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마이너리그 출신 이학주는 부진으로 2군에 오래 머무르고 있다. 올 시즌 노진혁(NC) 심우준(KT) 하주석(한화)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셋 다 성인 대표팀 경험이 없고, 공격과 수비 모두 확실한 강점을 갖추진 못했다고 판단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쓴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오지환이었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를 자랑한 그를 뽑는 건 현재로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2009년 LG 1차지명으로 입단한 오지환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수비 실책이 많아 '오지배(오지환이 경기를 지배한다)'라는 부정적인 의미의 불명예 별명도 갖고 있다. 가끔 쉬운 타구를 놓친다는 걸 오지환 자신도 알고 있다.
이제는 과거보다 수비가 훨씬 안정된 모습이다. 지난 15일까지 419⅔이닝을 수비하면서 오지환의 실책은 6개. 경쟁자보다 적은 편이다. 감탄을 자아내는 슈퍼 캐치도 자주 선보인다. 10년 넘게 주전 유격수로 뛰어 상대 타자의 특성, 볼카운트에 따라 수비 위치를 스스로 계산하고 결정해 움직이는 경지에 올랐다.
국제무대에서, 특히 유격수 포지션은 수비가 최우선으로 여겨진다. 김경문 감독은 "오지환이 가장 수비를 잘하지 않나. 투수들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야 수비가 더 견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지환의 타율이 낮지만, 수비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해서 코치진이 점수를 많이 준 것 같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올 시즌 타율 0.240에 그친 아쉬움을 수비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지환도 수비에 자부심이 있다. 스스로 '완벽주의자'로 여기는 그는 "다른 포지션과 비교해 타석보다 수비의 비중이 커야 한다. 그동안 많은 실수를 하다 보니 타구 처리가 좋아졌다"라며 '내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부심이라기보다 자신감을 가지려고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대표팀을 통해 명예회복을 기회를 얻었다. 무대는 마련됐다.
대표팀 선발 소식을 들은 오지환은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아 내가 대표팀에 발탁될 줄 전혀 예상 못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 역시도 '다시 대표팀에 다시 뽑히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라며 "대표팀은 항상 꿈의 자리다. 기쁘고 설렌다" 말했다. 그는 이어 "아시안게임 때는 압박감이 컸고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대표팀에) 되갚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며 "김경문 감독님께서 좋게 평가해주셔서 뿌듯했다. 3년 전과 또 다르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