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전 분위기가 엄청 안 좋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선수들을 만나보니 ‘감독님을 위해 한 발 더 뛰겠다’네요. 아직 전북은 죽지 않았네요.”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에서 은퇴한 이동국(42)이 최근 김상식(45) 전북 감독에게 건넨 말이다. 이동국은 지난달 29일 전북 원정 숙소를 찾았다. 전북이 인천과 1-1로 비겨 7경기 연속 무승에 그친 뒤였다. 이동국은 “치료실 가서 선수들과 얘기 좀 해도 되느냐”고 물었고 김 감독이 허락했다.
이동국은 뒷머리를 기른 이유현에게 “유현아. 머리 좀 잘라라. 꽁지머리 김병지 선배 시대도 아니고”, 올여름 이적설이 도는 바로우에게 “우리집(송도)이랑 인천공항이 가까워. 내가 기다렸다가 여권 뺏을거야”라고 농담했다. 쿠니모토에게 “정신 차려라”고 꾸짖으며 독려했다고 한다.
지난 17일 인천에서 만난 김 감독이 들려준 이야기다. K리그 4연패에 빛나는 전북은 지난달 3연패에 빠졌다. FA컵 16강에서는 K3 양주시민축구단에 승부차기 끝에 졌다.
올 시즌 전북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모든 걸 자기 탓으로 돌렸다. 그는 “시즌 초반에 13경기 연속 무패로 생각보다 더 잘 나갔다. 많은 골을 넣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짰다. 한 번 꼬이기 시작하니 생각이 좁아졌고, 선수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지 못했다. 내 책임이 크다. 전북 감독은 엄살을 떨면 안된다”고 반성했다.
김 감독은 위기에도 선수들을 크게 다그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전북에서 선수와 코치로 10년 넘게 있었다. 지도자가 밖에서는 욕 먹어도 되지만, 내부에서 욕 먹으면 안된다. 화난다고 선수들한테 풀면 안된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기다려주면 잘할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전북은 인천전에서 쿠니모토의 버저비터 골로 극적으로 비겼다. 6일 성남전에서는 구스타보의 4골을 앞세워 5-1로 이겼다. 쿠니모토와 구스타보 둘 다 김 감독 방을 찾아왔다. 쿠니모토는 양주전이 끝난 뒤 “축구를 시작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구스타보는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미팅을 자주해야 하나(웃음). 무엇보다도 성남전을 앞두고 훈련에서 조끼팀(비주전)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줘 고맙다”고 했다.
전북은 2018년부터 이재성(홀슈타인 킬), 김신욱(상하이 선화), 김민재(베이징 궈안), 손준호(산둥)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해외로 떠났다. 올 시즌 백승호 등을 제외하면 선수 보강이 거의 없었다. 장기 계약으로 선수단이 노쇠화된 것도 사실이다. 김 감독은 “기존의 우리 선수들은 진짜 열심히 해줬다. 그래도 앞으로 10년을 책임질 선수들도 필요하다”며 젊은 선수 영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앞둔 김 감독은 “양쪽 풀백 구성이 어렵지만, 10년 우승 주기설(2006년, 2016년 우승)을 앞당기고 싶다. 제 신조가 좋은 것도 ‘두 배로 갚자’다. 한대 맞았으니 후반기에는 두 배로 갚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