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배달앱 측이 점주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분식점 점주가 고객에게서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는 모욕적인 말들과 함께 배달음식으로 받은 새우튀김을 환불해달라는 항의를 집요하게 받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소통 창구가 된 배달앱 '쿠팡이츠'의 역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는 쿠팡이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3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 내 악성 리뷰와 항의에 시달린 한 점주 A 씨가 사망했다.
쿠팡이츠 이용한 해당 고객은 ‘전날 주문해 냉장고에 넣어둔 새우튀김 색이 바뀌었다’며 다짜고짜 환불을 요구했다. A 씨가 새우튀김 한 마리 값만 환불해주자 불만을 품은 소비자는 '개념 없는 사장' 등의 글을 남기고 별점 1점을 줬다. 벌점 1점은 최저 점수다.
새우튀김을 주문했던 고객이 남긴 리뷰. MBC 뉴스데스크 방송 캡쳐 고객은 이후에도 4차례 더 매장에 전화를 걸어 전액 환불을 요구하며 고성을 질렀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 씨는쿠팡이츠 고객센터와 환불 관련 통화를 이어가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의식을 잃은 A 씨는 3주 만인 지난달 29일 숨을 거뒀다.
본래 배달앱 '리뷰' 시스템이란 소비자가 직접 먹어본 음식에 대한 설명을 기록, 다른 소비자들이 음식점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점 사장님들도 리뷰 기능에는 공감한다"며 "직접 맛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직접 먹어보고 남긴 리뷰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대한 쿠팡이츠의 대응에 대해서는 '로켓배송'과 비교했다.
로켓배송은 쿠팡의 직매입 서비스 방식으로, 주문에서 배송까지 직접 쿠팡의 이름을 단 트럭으로 직접 고용한 배송원이 고객에게 상품을 당일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모든 과정을 쿠팡 본사가 컨트롤한다.
상품을 주문하면 소비자 변심 등 어떤 이유를 들어도 100% 환불 조치를 해준다. 이와 비슷하게 이번 사태도 소비자가 제기한 문제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얘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은 중간에서 점주에 대한 보호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뷰를 남기는 공간이 사장님들에게 있어 소통 창구 역할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점유율 1·2위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에는 소비자가 남기는 리뷰에 점주가 '댓글' 형식으로 의견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욕설이 들어가거나 하는 등의 악의적인 리뷰에 대해서 일시적으로 블라인드 처리를 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이를 통해 점주는 소비자의 의견에 공감하기도 하고 문제 제기에는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며, 리뷰를 보는 다른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츠에는 소비자의 리뷰 기능은 있으나, 점주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이에 쿠팡이츠는 뒤늦게 장기환 쿠팡이츠서비스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악성 리뷰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즉시 점주 보호를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악성 리뷰에 해명 기능을 조속히 도입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리뷰 시스템 자체를 없애달라는 요구는 하지 않는다"며 "리뷰로 영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리뷰 시스템이 없으면 광고나 다른 경쟁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