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난 25일 한화와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외야수 이성곤(29)을 내주고 내야수 오선진(32)을 받았다. 이성곤은 올 시즌 1군 경쟁에서 밀려났던 상황. "선수의 길을 터준다"는 대승적 의미가 작용했다. 하지만 선뜻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기도 했다. A 구단 단장은 "삼성이 내야수를 영입한 건 예상 밖"이라고 말했다.
자칫 중복 투자가 될 수 있었다. 오선진은 2루수, 유격수, 3루수가 모두 가능한 멀티 내야수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KBO리그 구단 중 내야수가 풍족한 편에 속한다. 1루수 오재일-2루수 김상수-3루수 이원석의 입지가 탄탄하다. 유격수 포지션은 이학주가 2군으로 내려가 공백이 발생했지만, 2년 차 김지찬이 기대 이상으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백업도 탄탄하다. 멀티 내야수 강한울과 김호재가 뒤를 받친다. 1군 백업 경력이 있는 김재현도 2군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부진에 부상이 겹쳤던 이학주의 1군 복귀가 임박했고, 개막 전 발목을 다친 이성규의 재활 치료까지 막바지 단계다. 두 선수 모두 2군 경기를 소화하기 시작해 1군 콜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어림잡아 오선진과 포지션이 겹치는 구단 내 선수만 7명 이상이다. 가용 자원이 워낙 많으니 삼성의 '내야수 트레이드'는 예상 밖이었다.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선수들이 지친 것 같았다. 내야 뎁스(선수층)가 좋은 줄 알았는데 (안정적으로) 유격수와 2루수를 맡을 선수가 많지 않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어 "타격이 되고 경험도 풍부한 선수를 원했다. (김)지찬이도 지쳤고 (이)학주가 조만간 1군에 올라오겠지만, 100% 상수로 보기 아쉬울 때가 있다"며 "무엇보다 (김)상수가 너무 많은 경기를 뛰고 있어 부상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2020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1사 1,3루 오재일의 내야땅볼때 유격수 오선진이 1루주자 페르난데스를 2루에서 포스아웃시키고 1루로 송구하고 있다. 타자주자는 세이프하며 3루주자 득점.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10.14/ 2008년 데뷔한 오선진은 1군 통산 896경기를 소화했다. 삼성의 웬만한 백업보다 경기를 많이 뛰었다. 특히 김상수의 비중이 큰 2루수 플레잉 타임을 나눌 수 있는 카드다. 그가 오른손 타자라는 점도 트레이드에 영향을 끼쳤다. 홍 단장은 "지찬이와 (강)한울이, 학주가 모두 왼손 타자라는 것도 고려했다. (이성곤과 오선진은) 서로 전력 활용도가 낮은 선수지만, 반대로 보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성곤은 이번 트레이드로 기회의 문이 열렸다. 삼성은 외야 세 자리가 꽉 찼다. 좌익수 호세 피렐라-중견수 박해민-우익수 구자욱의 자리가 확고하다. 외국인 타자 피렐라가 외야 수비를 꾸준하게 소화해 국내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그만큼 줄었다. 김헌곤, 박승규에 거포 김동엽까지 외야수로 이름을 올린다. 이성곤이 올 시즌 1군 3경기밖에 뛰지 못한 이유다. 대신 한화는 선수층이 얇아 출전 시간을 대폭 늘릴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은 최근 여러 트레이드 루머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 퇴출 이전엔 외국인 트레이드설이 돌았고, 젊은 투수 유망주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예상을 깬 '내야수 영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