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집값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이달 들어서 두 번째다. 부총리의 연이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민심은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홍 부총리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 집값이 장기 추세를 상회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자료도 거론했다. 그는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단기적으로 소득과 괴리된 주택가격 상승이 있으나 갈수록 과도한 레버리지가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처음이 아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 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집값이 과도하게 올랐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실질 가격 기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의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며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 의지는 물론 몇 가지 포인트도 감안해 한 방향으로 쏠림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주택 가격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지난 29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이달들어 전국 5분위(상위 20%) 주택가격은 평균 11억379만원으로, KB가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11억원을 넘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 5분위 주택값은 2017년 2월 평균 6억원을 넘긴 뒤 2018년 9월 7억원을 돌파하며 1년 7개월 동안 1억원이 올랐다.
서울은 더 심각하다. 전국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의 경우 작년 12월 5분위 주택 평균 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불과 4개월 만에 21억7749만원으로 21억원을 넘겼다.
문제는 집값이 현 정부들어 급격하게 뛰었다는 점이다.
3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공개한 서울 아파트 가격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6억2000만원에서 11억1000만원으로 4억9000만원(79%) 상승했다.
정부는 이 또한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오른만큼 세금을 매기겠다면서 공시지가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그러나 경실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2017년 5월 4억2000만원에서 2021년 1월 7억8000만원으로, 4년간 3억6000만원(86%)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가격보다 공시지가가 더 오른 셈이다.
실제 집값이 경실련 자체 조사 결과보다 적게 상승했는데, 공시지가는 더 높게 평가 돼 정부의 대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권도 날을 세우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회견에서 "정부가 부동산 실패를 감추는 데 급급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진솔하게 인정하고 왜곡된 통계 사용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곧 재산세 고지서가 가정으로 배달되는데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정보가 (현실과) 다르면 재산세에 대한 의구심이 터져 나올 것"이라며 "어느 수치가 진실인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정책과 과세 기준에 대해 국민이 신뢰하지 않겠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