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는 세 번째 옵션이지만, 대타로는 1순위다. 두산 포수 최용제(30)가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1군에 녹아들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주전 포수 박세혁이 안와 골절 재활 치료를 마치고 복귀한 지난달 9일 "1군 포수 엔트리도 정리가 필요하다. 수비력이 좋은 장승현이 아무래도 백업 포수에 적합할 것 같다"라고 했다. 박세혁이 재활 치료를 받는 동안 1군을 지킨 최용제는 2군행이 예상됐다.
그러나 3주가 지난 현재 두산의 안방은 여전히 3인 체제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박세혁의 컨디션 관리를 대비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경기 중·후반 투입돼 흐름을 바꾸는 임무를 잘 해내고 있는 최용제를 계속 활용하기 위해서다.
최용제는 올 시즌 대타나 대주자로 출전한 31경기에서 타율 0.455(33타수 15안타)을 기록했다. 교체 출전해 30타석 이상 소화한 리그 타자 중 가장 많은 안타를 남겼다. 득점권에도 타율 0.455(13타수 5안타)를 기록하며 빼어난 클러치 능력을 기록했다. 두산이 4연패를 끊은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3-4로 지고 있던 9회 초 대타로 나서 선두 타자 안타를 치며 역전승 발판을 만들었다.
선수 시절 전문 대타 요원이었던 허문회 전 롯데 감독은 "대타는 잘 쳐봐야 2할대 타율"이라며 유망주들이 퓨처스리그에서라도 많은 타석을 많이 소화하는 게 기량 발전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한 바 있다. 꾸준히 타석에 나설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타격감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1~2타석 만에 좋은 결과를 내야 1군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압박도 있다. 최용제는 불리한 조건을 이겨냈다. 지난해도 교체 출전해 소화한 22타석에서 4할(0.412)대 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타 1순위였던 김인태는 올해 두산이 치른 68경기 중 50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주전 우익수 박건우는 태도 문제로 징계성 2군행을 받아들었고, 김재환은 무릎 통증으로 재활군에 있다. 김인태는 현재 주전이다.
그래서 현재 두산 야수진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핀치 히터는 최용제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주전을 제외하면 타격 능력이 가장 좋은 타자가 최용제다. 대타가 필요할 때도 우선순위다. 그 임무를 위해 1군 엔트리에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인정했다.
안방 수비가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김태형 감독은 '포수' 최용제에 대해 "투수와 타자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팀 투수들과 자주 소통하는 포수다. 수비도 잘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두산은 경기 후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대타이자, 주전 포수의 체력 안배를 도울 수 있는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최용제가 현재 타격 능력을 유지하면서 투수 리드 경험까지 쌓으면 안방 내부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