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검지를 하늘로 세우면 팬들은 ‘환호’한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오승환(39)·강민호(36) 배터리의 활약을 앞세워 6년 만의 가을 야구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
오승환은 3일 현재 KBO리그 세이브 1위다. 올 시즌 35경기에 등판해 2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했다. 구원 공동 2위인 KT 위즈 김재윤, LG 트윈스 고우석(이상 19개)보다 세이브가 7개 더 많다. 이변이 없다면, 오승환이 2021년 구원왕에 오를 가능성은 꽤 크다.
세이브 1위를 하려면 개인 기량만큼 팀 성적이 중요하다. 올해 삼성이라면 문제없다. 삼성은 정규시즌 144경기 중 75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2위(42승 1무 32패)를 달리고 있다. 삼성 팬들이 오랜만에 환호하는 이유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 입단 직후 셋업맨을 거쳐 마무리 투수가 됐다. 이후 다섯 번이나 구원왕(2006~2008, 2011~2012년)에 올랐다. 올해 9년 만에 세이브 1위를 차지한다면 ‘최고령 구원왕’이란 타이틀도 거머쥔다. 앞서 2015년 임창용(당시 삼성)도 만 39세에 구원왕에 오른 바 있다.
오승환은 신인 시절부터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렸다. 지금은 야구용어가 아닌 보통명사가 된 ‘돌직구’라는 단어는 15년 전 오승환의 별명이었다. 오승환은 한 이닝을 끝내는 동안 변화구를 하나도 섞지 않고 직구만 던진 적도 많았다. 당시 포수였던 진갑용 KIA 배터리 코치는 “승환이의 직구는 남달랐다. 직구만 던져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우리 나이로 불혹이 된 오승환은 이제 ‘돌직구’를 던질 수 없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었던 2018년부터 그의 패스트볼 평균 스피드가 시속 150㎞ 아래로 내려왔다. 올해는 146.1㎞. 여전히 빠른 편이지만 ‘제2의 오승환’으로 평가되는 고우석(153.1㎞)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그래도 오승환은 여전히 최고 소방수다. 예전보다 더 안타를 맞고, 볼넷도 주고, 실점도 하지만 끝내 승리를 지켜낸다. 올해 27차례의 세이브 상황에서 실패한 것은 한 번뿐이다. 그 경기도 내야수 실책이 아니었다면 이길 수 있었다.
오승환은 “나는 포수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해외 진출 전까지는 진갑용이 그의 짝이었다. 세이브에 성공하면 손을 마주 댄 뒤 하늘을 향해 검지를 치켜세우는 세리머니도 10여 년 전 둘이 만들었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장면은 항상 오승환과 진갑용이 끌어안는 모습이었다. 미국에서는 MLB 최고의 포수 야디어 몰리나와 호흡을 맞췄다.
현재 오승환의 짝은 강민호다. 2017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강민호는 지난해부터 오승환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둘은 국가대표팀에서 함께한 적이 있지만 한 팀에서 뛰는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호흡은 찰떡같다. 과거와 달리 올해 오승환은 변화구 비율(슬라이더 30.1%, 커브 5.4%)을 높여 타자와 대결하고 있다. 그러나 승부처에서는 대부분 빠른 공을 던진다. 넉살 좋은 강민호는 선배인 오승환에게도 “직구를 더 많이 던지자”라거나 “이 타자는 이 코스에 강하니 이런 쪽을 공략하자”고 편하게 요구한다. 오승환은 돌부처처럼 들어준다.
최근 삼성의 젊은 투수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삼성은 베테랑 포수 강민호가 투수들을 잘 리드해주길 바랐고, 그는 기대에 부응했다. 삼성 영건들이 승리 소감을 전할 때 “민호 형 덕분”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위기일수록 강민호가 넉넉하게 감싸주는 덕분이다.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된 원태인은 “민호 형이 함께 뽑혀서 좋다. 부모님이 함께 가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강민호의 타격 성적은 아쉬웠다. 연평균 홈런 18개를 날리기는 했지만, 타율은 0.260에 그쳤다. 올해는 다르다. 벌써 홈런 11개를 때려내며 타율 0.330(8위)도 크게 끌어올렸다. 2016시즌 이후 5년 만에 3할 타율-20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강민호는 “예전엔 강하게 치려고 했는데, 요즘은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올 시즌 뒤 세 번째 FA 자격을 얻는 강민호의 주가도 다시 오르고 있다.
삼성은 2015년을 마지막으로 가을 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2016년 문을 연 새 홈구장 라이온즈파크에서는 한 번도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올가을, 오승환과 강민호가 함께 검지를 세운다면 라이온즈파크의 환호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