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유로 2020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아버지 페테르 슈마이켈(58)에 이어 우승을 노렸던 덴마크 골키퍼 카스페르 슈마이켈(35)의 도전도 끝났다.
덴마크는 8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준결승전에서 잉글랜드에 1-2로 졌다. 1992년 스웨덴에서 열린 유럽선수권에서 우승했던 덴마크의 두 번째 우승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덴마크는 전반 30분 미켈 담스고르가 선제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수비벽을 넘어 빠르게 떨어지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전반 39분 수비수 시몬 키예르의 자책골이 나와 1-1 동점이 됐다.
잉글랜드는 후반전 들어 거세게 몰아쳤다. 하지만 슈마이켈이 연이은 선방을 펼쳤다. 후반 10분 해리 맥과이어의 헤딩이 골문 안을 향했지만 몸을 날려 막아냈다. 연장 전반 4분엔 해리 케인의 슈팅을 쳐냈다.
연장 전반 14분, 결정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라힘 스털링이 넘어졌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덴마크 선수들이 항의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키커는 케인. 페슈마이켈은 오른쪽 구석을 노린 케인의 슛을 정확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공이 앞으로 흘러 나왔고, 케인이 다시 차 득점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깜짝 놀랄만한 선방을 했다"며 슈마이켈에게 평점 8점을 줬다. 케인, 부카요 사카(잉글랜드),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덴마크) 등과 함께 가장 높은 점수다.
슈마이켈은 2대째 덴마크 골문을 지키고 있다. 부자가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른 이색 경력도 있다. 페테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카스퍼는 레스터 시티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버지를 따라 잉글랜드에서 오래 거주했지만 페테르는 "카스페르는 덴마크인"이라며 자신의 뒤를 잇길 바랐고, 아들은 그를 따랐다.
유로까지 우승한다면 부자(父子) 우승 기록이 하나 더 늘어날 수 있었다. 페테르가 주장이었던 덴마크는 1992년 유럽선수권 예선에서 조 2위로 탈락했다. 하지만 1위 유고슬라비아가 내전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덕분에 본선에 갔다. 그리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덴마크의 메이저 대회 유일한 우승이다.
당초 이번 대회 덴마크는 다크호스로 분류됐다. 하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인 핀란드전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쓰러졌다. 결국 속개된 경기에서 패했고, 벨기에에게도 1-2로 졌다. 하지만 러시아를 4-1로 꺾어 조 2위(1승 2패)로 16강에 올랐다. 웨일스(4-1)와 체코(2-1)까지 물리쳐 준결승까지 올랐다.
페테르는 2018 러시아 월드컵(8강)에 이어 이번 유로에서도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여 아버지의 뒤를 이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두 걸음이 모자라 완성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에이스의 부재에도 덴마크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의 축구동화는 '해피 엔딩'이라 불릴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