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가 이달 말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시행으로 해외 여행길이 열릴 것에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다시 '올스톱' 위기에 놓였다. 호텔에서도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항공사도 글로벌 노선 재개를 미뤄야 할 처지가 됐다.
1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는 정부의 '트래블버블'에 따라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도 사이판으로 여행이 가능할 전망이었다.
2년 만에 해외여행이 가능해진다는 기대감에 2년째 '개점휴업'이던 여행사들은 휴직 중이던 직원들을 불러들여 패키지(PKG) 단체여행 모객에 시동을 걸었다.
모두투어는 오는 24일을 시작으로 주 2회 출발하는 사이판 여행 상품을 판매했다. 하나투어는 오는 추석 연휴 기간 사이판을 찾는 고객들이 많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 현지 호텔과 리조트를 연계한 상품을 준비 중이었다.
항공사 중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이 24일부터 사이판으로 주 1회 운항을 재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사이판 외에도 트래블버블 국가로 거론된 괌에 대해서는 티웨이항공이 31일, 대한항공과 에어서울은 각각 다음 달 5일, 12일에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부터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되면서 트래블버블 자체가 엎어질 위기다. 확진자 수 증가와 변이 바이러스 발생 등으로 방역상황이 악화하면 트래블버블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는 트래블버블 합의문 내 '서킷브레이커' 조항 때문이다.
업계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정부가 외부 활동을 조이고 나선 탓에 당장 여름휴가 수요 잡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항공업계는 추석 연휴 여행까지 겨냥해 국내선 및 국제선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다. 제주항공은 지난 8일부터 제주항공 회원을 대상으로 국내선 포인트 적립 및 할인쿠폰을 지급하고, 국제선 일부 노선에서 여정변경 수수료 1회를 면제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추석 연휴에 갈 수 있는 하와이 부정기 항공편 운항 계획을 발표했고, 티웨이항공은 오는 18일까지 국내 당일치기 여행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이날부터 시작이라 크게 예약이 취소되지는 않았으나, 예약률이 줄어드는 분위기는 있다"며 "2주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참좋은여행은 지난달 해외여행 재개 발표를 접한 뒤 12일 프랑스 파리로 출발하는 단체여행을 확정했지만, 출발을 26일로 연기했다. 외교부가 전 국가·지역에 발령한 특별여행주의보를 이달 15일까지 연장해서다. 하지만 참좋은여행은 이 일정마저 취소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수송한 국내선 여객 수는 4월 300만명, 5월 314만명, 6월 304만명으로 3개월 연속 300만명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번 달은 여객 수가 다시 300만명대 아래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가 지속하면 가을 전까지는 해외여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여행심리가 해외여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호텔 객실 완판에 공을 들여온 호텔업계도 죽을상은 마찬가지다.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되면서 7월 중순 여름 성수기 시작 단계부터 예약된 객실에 3분의 2만 운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늦게 예약한 고객부터 순서대로 예약 취소를 요청해야 한다"며 "지난해 특별방역 강화 조치로 객실 예약을 50% 이내로 제한했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예약 취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제주 지역 주요 호텔들은 대부분 아직 '풀부킹' 상태이기는 하나, 예약 취소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에서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특급호텔의 예약 200여건이 무더기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제주 특급호텔 관계자는 "아직 취소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으나, 문의는 있다"며 "조식 뷔페나 야외수영장 이용이 가능한지, 제주도 상황이 어떤지에 대한 문의 정도다. 거리두기가 제주도는 영향권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