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긴급 이사회에서 리그 중단 결정이 내려진 뒤 이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KBO가 지난 3월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매뉴얼에 따르면 구단 내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자가격리 대상자를 제외하고 그 자리를 대체 선수로 채워 리그를 소화해야 한다. '엔트리 등록 미달 등 리그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중단을 논의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두긴 했지만 대체로 '리그 중단은 없다'고 매뉴얼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NC(3명)와 두산(2명)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뒤 리그가 멈췄다. 팬들은 이를 두고 '특정팀 봐주기'라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NC는 확진자 밀접접촉에 따른 자가격리 대상 선수가 15명, 두산은 17명이다. 2군에서 선수를 등록해 1군 엔트리를 채운다고 해도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리그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됐다면 승수 쌓기에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조기 중단이 결정돼 한숨을 돌렸다. 두 구단에 유리한 결론이 나오자 'NC와 두산에 KBO 이사회가 휘둘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11일 실행위원회(단장)와 12일 긴급 이사회(사장)에선 리그 중단을 원하는 목소리가 컸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절반 이상이 '지금 리그를 멈춰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지방 A 구단과 수도권 B 구단 정도가 정해진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NC와 두산은 물론이고 최소 6개 구단에서 '중단'을 요구했다. 확진자나 밀접접촉자가 없는 수도권 C 구단의 경우엔 적극적으로 NC, 두산과 같은 의견을 어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확진자가 없는 구단에서도 중단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인 경우 중단을 주장한 결과다. 최근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구단은 선수가 합류하기 전까지 휴식하는 게 낫다. 최근 경기 일정이 빡빡했던 구단도 마찬가지다. 선수단에 코로나19 비상이 걸린 NC와 두산 이외 구단에서 압도적으로 '중단' 의견이 많았던 배경이다. 리그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게 손해라는 인식이 곳곳에 자리한 셈이다. 리그 강행 의사가 있던 KBO도 구단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모 구단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생각보다 리그 중단 의견이 많아서 놀랐다. 강행을 원했던 구단의 의견이 통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