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채 훈련한 뒤 결의를 다지는 올림픽야구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24명)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논란으로 선수 2명이 낙마한 데 이어 대체 선수에 대한 갑론을박까지 더해졌다. 게다가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최종 엔트리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표팀은 1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첫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앞서 원정 숙소에서 일반인과 술판을 벌인 2루수 박민우(NC 다이노스)와 원정숙소를 무단으로 이탈한 뒤 일반인과 접촉한 투수 한현희(키움 히어로즈)가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이들에 대한 방역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훈련 전 공식 인터뷰에서 “기분 좋게 시작해야 하는데 야구계가 위기에 놓였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일탈 논란은 대표팀 엔트리 교체로 옮아갔다. 대표팀은 박민우와 한현희를 대신해 투수 김진욱(롯데 자이언츠)과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을 최종 엔트리에 포함했다. 대체 1순위로 거론된 2루수 정은원과 투수 강재민(이상 한화 이글스)이 모두 ‘패싱’ 됐다.
특히 박민우의 유력한 대안으로 꼽혔던 2루수 정은원 대신 신인 김진욱이 대표팀에 들어가 의문을 자아냈다. 김진욱은 올 시즌 전반기 17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8.07에 그쳤다. 왼손 투수 백정현(삼성 라이온즈), 불펜 자원 강재민 등과 비교하면 김진욱의 성적이 크게 뒤처진다. 김경문 감독은 “국가대표팀에 왼손 투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리그에) 왼손 투수가 없다고 얘기할 게 아니라 새 얼굴을 키워야 한다고 봤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야구계는 김진욱이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의 기량을 갖췄는지를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즉시 전력이 필요한 올림픽에서 육성에 포커스를 맞춘 최종 엔트리 운영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따른다.
김경문 감독은 정은원과 강재민의 최종 엔트리 탈락 이유를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분명히 좋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선발하지 않은 선수들에 대해 언급을 하는 건 (그들에게) 다시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 발탁에 대해 감독의 주관이 강하게 작용한 느낌”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더욱이 최종 엔트리에는 원정도박 문제로 과거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징계를 받은 오승환이 포함했다. 이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저촉되진 않지만, 선수 도덕성에 대한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적합한 선택인지 의문이 따른다. 김경문 감독은 김진욱을 발탁한 이유로 ‘새 얼굴’을 언급했지만, 39세 오승환을 선발한 건 세대교체와도 거리가 멀다.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서 혼란만 가중됐다.
야구대표팀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최종 엔트리가 불미스러운 이유로 두 번이나 변경됐다. 이에 따른 대회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김경문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한) 우리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이번에도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최종 엔트리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쿄로 향하는 대표팀의 발걸음이 그만큼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