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초반 메달 레이스를 이끌 종목은 태권도다. 과거 올림픽과 달리 도쿄 대회에서는 개회식 이틀날인 24일부터 남자 58㎏급과 여자 49㎏급 경기가 열린다.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 1위 장준(21)은 24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리는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한국 선수단 1호 금메달에 도전한다. 장준은 “내가 메달을 딴다면 한국 선수단 1호가 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 꼭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준은 세계 최강으로 불리던 김태훈(27)을 꺾고 태극마크를 단 특급 신인이다. 장준은 지난해 1월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김태훈에 2연승을 거두고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2016 리우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세계선수권 3회 우승자 김태훈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금메달 1순위로 거론될 스타였다. 태권도 종목에서는 한 체급에 국가당 한 명만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장준은 한국 태권도에 혜성같이 나타난 신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올림픽 랭킹 34위의 무명 고교 선수였다. 당시 올림픽 랭킹 1위는 김태훈이었다. 18세였던 장준은 도쿄올림픽을 꿈도 꾸지 못했다. 2024 파리올림픽 출전 정도가 막연한 목표였다. 실제로 장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김태훈과 첫 맞대결을 벌였지만, 경험 부족으로 패했다.
김태훈과 맞붙어 패한 건 장준에게 약이 됐다. 최고의 선수를 상대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파악한 장준은 칼을 갈았다. 그는 58㎏급 선수치고는 큰 키(183㎝)와 긴 다리에서 나오는 타점 높은 발차기가 필살기다. 찍어차기, 뒤 후려치기가 주 공격 루트였다.
장준은 기습적인 돌려차기를 추가로 훈련했다. 체중도 늘리고 근력도 키웠다. 그 결과 어떤 자세에도 상대 머리를 노리는 현란한 발차기를 완성했다. 두 차례 올림픽(2008·2012년)에서 금메달을 딴 황경선 중앙일보 해설위원은 “장준의 발차기는 빠를 뿐 아니라, 묵직한 힘까지 실려 있다.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면 장준을 막아내기 버거울 것”고 평가했다.
노력의 결실은 2018년 5월 성인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한 아시아선수권대회(베트남)에서 나타났다. 남자 54㎏급 정상에 올랐다. 같은 해 8월 2018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러시아) 남자 58㎏급에선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연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해 11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준결승에선 마침내 김태훈까지 꺾고 결승에 올라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장준의 랭킹은 불과 1년 만에 5위까지 올랐다.
장준은 “올림픽 랭킹 5위까지 순위가 오르면서 도쿄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준결승전을 기점으로 장준은 김태훈을 넘어섰다. 장준은 2019년 세계선수권(영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김태훈을 꺾었다. 세계선수권에선 금메달을 따고 남자부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한국 태권도의 ‘살아있는 전설’ 이대훈(29·68㎏급)의 별명을 따 의미로 ‘리틀 태권V’로 불린다. 2019년 10월엔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김태훈의 올림픽 랭킹 1위 자리마저 탈환했다. WT ‘올해(2019년)의 선수’로 뽑혔다.
장준은 “(김)태훈이 형이 ‘도쿄에 가서 잘하고 오라’고 응원했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황경선 해설위원은 “장준은 이대훈과 함께 유력 금메달 후보. 결승까지는 무난하게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은 올림픽에서 총 12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아직 남자 58kg급 금메달은 없다. 장준은 “큰 대회에 뛰어보는 게 처음이어서 긴장된다. 그래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