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g 머리카락을 모조리 자르고 올림픽에서 2분의 기적을 경험했다. 한국 여자 유도 48㎏급의 간판 강유정(25·순천시청)은 도쿄올림픽 첫 경기에서 탈락했지만, 그에겐 선수 인생 최고의 올림픽이었다.
강유정은 24일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여자 48㎏급 예선 1라운드(32강전) 스탄가르 마루사(슬로베니아)에 한판승을 내주며 탈락했다. 강유정은 경기 시작 27초 만에 배대뒤치기로 절반을 따내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경기 운영을 유리하게 이어가진 못했다. 경기 2분을 남기고 스탄가르에 세로누르기 한판을 허용했다.
강유정의 머리 모양은 하루 전과 달랐다. 머리카락이 전부 사라진 빡빡머리였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전날 밤 급하게 머리를 밀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왼 무릎 통증이 심했던 강유정은 혹독한 훈련을 하면서 체중 조절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경기 전날까지 계체 통과가 어려웠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유정은 하루 종일 음식을 먹지 않았지만, 전날 오후 6시 몸무게는 48.850㎏이었다. 오후 8시 공식 계체까지 48.5㎏가 되어야 했다. 그는 계속 뛰었지만, 오후 7시에 체중은 48.750㎏였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뛰었다. 침을 뱉고 또 뱉었다. 결국 탈수가 와 쓰러졌다. 그는 긴급 처치를 받고 침을 뱉어 수분을 빼내려고 했다. 그리고 오후 7시 55분, 체중계에 올랐을 때 눈금은 48.650㎏을 가리켰다.
남은 체중은 150g이었다. 강유정은 삭발하기로 했다. 배상일 감독과 김정훈 코치는 급하게 문구용 가위를 가져와 강유정의 머리를 밀었다. 오후 8시에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 강유정의 몸무게는 48.5㎏이었다. 강유정은 그렇게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만신창이가 된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승리의 여신은 강유정의 편이 아니었다. .
강유정은 "머리카락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며 "생각보다 너무 아쉬운 결과가 나왔지만 무너지지 않고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강유정이 도쿄올림픽 무대에 선 시간은 단 2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