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체조 여제 시몬 바일스(24)의 올림픽 6관왕 도전이 무산됐다. 기계체조 단체전에서 기권했기 때문. 하지만 바일스의 결정에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 스포츠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바일스는 27일(한국시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기계체조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단 한 종목만 뛰고 기권했다. 압도적 기량을 뽐내던 바일스의 부재에도 미국 대표팀은 남은 세 종목에 저력을 발휘했지만, 결국 러시아올림픽팀(ROC)이 간발의 차(0.8)로 169.528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ROC의 기계체조 여자 단체전 금메달 획득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미국 대표팀은 최종 점수 166.096점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164.096점을 기록한 영국 대표팀에게 돌아갔다.
이날 바일스는 기계체조 첫 번째 종목인 도마에서 13.766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바일스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기계체조 6개 종목 중 4개 종목(단체전, 개인종합, 도마, 마루) 금메달을 휩쓸었던 선수인 만큼, 이번 부진은 생각 외의 상황이었다. 바일스는 도마 경기 직후 기권을 선언했고, 팀 닥터와 경기장을 나왔다가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돌아왔다.
이번 대회 최고의 기대주였던 바일스의 기권은 다름 아닌 심적 부담감 때문이었다. ‘체조 여제’라는 이름으로 받아온 압도적 스트레스가 바일스의 어깨를 짓누른 것이다. 미국 ‘CNN’은 바일스의 기권에 관해 보도하면서 그의 경기 후 기자회견 인터뷰를 보도했다.
바일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는 정신 건강에 집중해야 했다.”며 기권 이유를 밝혔다.
바일스는 “올림픽에서 정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트레스가 높으면 기겁하게 된다. 나는 내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정신 건강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저 뒷자리에 앉아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나를 위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일스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바일스의 진심 어린 고백이 전 체육계를 강타했다. 체육계는 바일스가 말한 “다른 무엇보다 내 정신건강에 집중하고 싶었다”는 것에 찬사를 보냈다.
영국 ‘BBC’는 스포츠 인사들이 바일스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올림픽·패럴림픽 위원장 사라 허쉬랜드는 “바일스는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며 바일스 결정을 지지했다.
그는 “다른 무엇보다도 미국 대표팀의 정신 건강을 우선시하겠다. 앞으로 나아갈 여정을 위해 미국 대표팀에 모든 지원과 자원을 아낌없이 제공할 것이며, 선수 개개인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메이카 체조 선수 다누시아 프란시스도 “바일스의 말은 모든 선수들에게 정신적 안녕이 그 무엇에도 우선시돼야 할 역량임을 상기시켰다. 그녀는 진실로 여왕이고, 최고다”며 바일스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선수의 정신 건강 문제는 바일스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프랑스오픈 기간, 오사카 나오미(일본)는 기자회견 거부를 선언했다. 선수의 정신 건강을 중시하지 않는 대회를 꼬집은 발언이었다. 나오미의 발언이 많은 파문을 일었지만, 선수의 정신 건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올림픽 현장은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희소성 있는 대회에서 챔피언들이 모여 경쟁하기 때문에 압도적 무게감을 준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알리 라이즈먼은 선수가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 “마음이 아프고 끔찍한 일이다. 선수들이 평생 금메달을 위해 살고 있음을 잘 안다. 그래서 올림픽 경기에 망연자실하기도 하고 압도적인 무게를 느낀다. 이는 너무 큰 부담이다. 얼마나 많은 압박이 가해졌을까.”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올림픽 선수들도 같은 인간이다.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압박감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