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한국시간) 2020 도쿄올림픽 다이빙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 결승에서 영국 대표팀 톰 데일리와 매티 리가 471.81점을 얻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데일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자신과 같은 전 세계 동성애자들에게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말을 했다. 데일리는 이후 영국 희망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외신의 많은 조명을 받았다.
데일리뿐만이 아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여태의 어떠한 올림픽 대회보다 더 많은 성소수자 선수들이 출전했다. 미국 CNN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에서 스스로 성소수자라고 밝힌 선수는 총 168명. 지난 2016 리우올림픽의 3배가 넘는 수다.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선수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 속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태도도 많이 변했다. 본래 성적 구분에 엄격한 잣대를 들며 소수자 차별이 강했던 스포츠계에서 도쿄올림픽이 보여준 변화는 놀랍다. 뉴질랜드 역도 대표 로렐 허바드와 캐나다 축구 대표 퀸 등 여성 트랜스젠더 선수가 올림픽 최초로 출전했고, 선수들에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밴드 착용이 허용됐다.
올림픽 내 성소수자의 위상이 많이 변화했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도 멀다. 호주 모나시 대학 에릭 데니슨 행동과학 교수는 “올림픽에서의 성소수자 인권 향상은 축하할만하다. 하지만 스포츠계는 선수와 관객 모두에 잠시 휴식 시간을 주면서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CNN 측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 중 2% 미만이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밝히고 있으며, 이는 데니슨 교수에 따르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UCLA의 성소수자 정책센터에 따르면 2020 집계에 따라 미국만 해도 약 4.5%가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현저히 낮은 수치는 사회적 편견과 스포츠 내 차별로 여전히 커밍아웃을 꺼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디킨슨 대학 연구진 케이티 슈바이그호퍼 교수는 “올림픽을 포함한 최상위 스포츠 문화는 물론, 폭넓은 지역 스포츠 문화에서까지 모든 스포츠계에서 성소수자들이 진정으로 환영받는 환경이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커밍아웃을 꺼리는 행태는 이러한 연유에서다.”며 스포츠계에서 여전히 미흡한 포용 문화를 꼬집었다.
오랫동안 성을 구분하며 남성 중심으로 확립된 배타적인 스포츠 역사상 성소수자의 포용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에서 많은 변화를 만들어낸 만큼, 스포츠의 무지갯빛 미래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중시하는 것은, 현재의 변화에 만족하며 안주하지 말고 조금 시간을 가지면서 자성해 더 큰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 트랜스젠더 선수로 출전하게 된 퀸의 말이 자성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린다.
퀸은 “올림픽에서 경기를 뛰게 된 첫 커밍아웃 트랜스젠더 선수가 나라니 믿기지 않는다.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이전에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 중 누군가는 세상의 편견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너무도 슬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