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솔직히 뭐라고 불리든 상관 없어요. 아빠도 잘하셨고, 난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거니까.”
도쿄올림픽 여자체조 동메달리스트 여서정(19·수원시청)이 4일 도쿄올림픽 선수촌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소감이다.
여서정은 전날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한국 최초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아버지 여홍철(50)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도마 은메달리스트다. ‘여홍철 딸’로 살아왔던 부담감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다.
-한국 여자 체조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딴 기분은. “솔직히 처음에는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하고 오지는 않았다. 기술 성공이 목적이었다. 성공도 하고 메달을 따서 너무 기쁘고 영광이다. 감독과 코치님들이랑 연습을 많이 했고, 국민들, 가족, 친구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메달을 딴 것 같다.”
-메달을 따고 나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축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전화도 많이 오고. 감사 인사를 했다. 도핑 검사를 받고 숙소에 늦게 들어와 잠 들었다.”
-경기 후 아빠와 어떤 얘기를 주고 받았나. “아빠가 ‘정말 잘했다, 수고했다. 아빠는 너를 믿고 있었다’고 말씀해주셨다. 농담식으로 2차 시기는 아빠와 거의 똑같이 됐다고 하셨다(웃음)” (여홍철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착지 때 하체가 무너져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아버지만큼 어머니도 고생을 했을 것 같다. “선수촌에서 훈련할 때마다 엄마가 위로와 지지를 많이 해주셨다. 솔직히 아빠보다 엄마와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여기까지 믿고 열심히 서포트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여서정의 어머니도 체조 국가대표 출신 김채은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하루를 시작한 기분은.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아 실감 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기술도 성공했고, 메달도 따서 그런지 편하게 잤다. 축하 메시지가 아직도 많이 오고 있다. 정말 많은 응원을 받고 있어 정말 감사하다.”
-여홍철이 ‘여서정의 아버지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 “처음에 운동 시작하고 메달을 땄을 때 아빠 그늘에 가려진 게 많아서, 아빠도 걱정이 많으셨던 것 같다. 전 솔직히 뭐라고 불리든 상관이 없다. 아빠도 잘 하셨고, 난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거니까.”
-아직 어린데 다음 목표는 “올림픽이 끝났으니 한국에 돌아가서 기술 자세를 보완하고, 스타트 점수도 올릴 수 있게 열심히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올림픽 메달을 따면 침대에 붙여 놓고 자고 싶다고 했었는데. “어제는 그냥 옆에 두고 잤는데. 앞으로는 어디에 둘지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웃음).”
-동메달을 따기까지 여서정 동작을 얼마나 반복했나. “선수촌에 있을 땐 거의 매일 기술 연습을 한 것 같고. 착지가 좀 불안하다보니. 오전과 오후에 착지 훈련, 체력 운동, 보강 운동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될지, 영상을 찍고 기록하면서 봤다. 감독님이 이렇게 하면 잘됐다고 말씀해주셔서, 거기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이제는 여홍철 딸이 아닌 메달리스트로 임할 수 있게 됐다. “아무래도 메달을 땄다 보니, 부담은 좀 더 많이 되더라도, 앞으로 더 큰 목표를 잡고 훈련할 것 같다.”
-한국 돌아가면 하고 싶은 일은. “집에 가면 떡볶이를 먹기로 했다. 대학생 언니가 방학이라서 집에서 같이 놀기로 했다.”
-워너원 박지훈이 축하를 해줬다. “솔직히 절 아실거라 생각 못했는데, 축하 인사를 받아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