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은 4일(한국시간) 베리가 3일 치러진 여자 해머던지기 결선에서 주먹을 드는 ‘주먹 시위’를 했다고 보도했다.
베리는 미국사회의 인종차별에 비판의 목소리를 던지는 시상식 세레머니로 여러 차례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9년 페루 팬아메리칸대회 시상식 때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주먹 시위’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번 해 미국 국가대표 선발전 시상식장에선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했다. 당시 베리는 다른 선수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국기에 뒤돌아서 관중들을 바라보고 섰다.
베리는 미국을 증오하고 국가를 부정해서 이러한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미국 국가 내 만연한 인종차별과 약자를 혐오하는 행동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위는 정치적·인종적·종교적 선전을 금하는 스포츠에서 많은 공격을 받아왔다. 2019년 베리의 주먹 시위는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로부터의 1년 보호관찰 징계와 후원금 5만 달러(한화 약 5742만 원)의 상실로 이어졌다.
이후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 반대의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USOPC도 ‘무릎 꿇기’, ‘주먹 시위’ 등의 인종차별 반대 퍼포먼스에 제지를 가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상황은 다르다. 올림픽은 어떠한 정치적 시위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올림픽 헌장 50조에는 ‘올림픽 관련 장소에서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침에 베리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본래 시상대에 서면 확실한 정치적 세레머니를 표할 것을 예고한 베리다. 하지만 이번 도쿄에서 메달 획득엔 실패했다. 그러나 베리는 이번 경기에 이름이 불리자마자 주먹을 불끈 쥐며 사회와 인종에 대한 부당함에 항의했다.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미국 포환던지기 선수 레이븐 손더스의 ‘X자 퍼포먼스’에 이은 정치적 행동이다. 손더스는 지난 1일 시상대에서 양팔로 X자를 그리며 억압받는 모든 사람이 만나는 교차점을 표현했다.
베리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차별과 폭력의 대상이 되는 이들을 대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나 같은 사람, 나 같은 선수들이 목소리를 내고 이를 이어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들 모두를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후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선 자신의 정치적 의사 표시 행보가 끝나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그는 “내 메시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나는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변화와 사회의 정의를 옹호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한편 세상의 차별과 배척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에 IOC도 변화를 수용하는 흐름에 서 있다.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우리는 최대한 모든 선수의 견해를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선수들에게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더 많이 주었다.”며 앞으로 스포츠가 더 많은 가능성과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