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된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전 멤버 크리스 우(31·중국명 우이판)의 일부 팬들이 그의 탈옥을 공모하는 대화를 나누다가 중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고 3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이에 따르면 크리스의 팬들은 지난 31일 그의 구류 소식이 들린 직후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등을 통해 “크리스 우를 구조하기 위해 교도소에 침입하자”는 글을 올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차이나유스데일리는 “그들 중 일부는 실제 ‘구조 그룹’과 ‘방문 그룹’ 등을 세분화해 조직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중국의 사이버 감독기관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2일 “건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해 크리스와 관련해 15만 건 이상의 유해 게시물을 삭제하고, 1300개 이상의 단체 대화방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웨이보도 2~3일 크리스와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이 포함된 503개의 계정을 영구 정지하고 133건의 단체 대화방을 폐쇄했다.
다만 웨이보는 “이들 중 대다수는 실제 팬이 아니라 극단적인 발언으로 이목을 끌기 위한 목적”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상하이의 문화 평론가 샤오푸추는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잘못된 팬 문화는 미성년자들의 철없는 마음을 이용해 그들을 잘못된 길로 이끈다”며 “그들은 자신의 우상을 지키기 위해 범죄행위에도 변명을 찾는다. 도덕적 기준과 가치관이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지난 5월 아이돌 육성 예능 프로그램 ‘청춘유니3’ 진행 중 발생한 우유 폐기 논란을 언급했다. 당시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습생에 많은 표를 주려고 뚜껑에 인쇄된 투표권만 쓰고 멀쩡한 우유를 대량으로 버리면서 27만 병 이상이 폐기됐다.
이에 대해 CAC는 “향후 팬들이 아이돌을 응원하기 위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경우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경고했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두메이주(都美竹)라는 여성이 “크리스가 캐스팅 등을 빌미로 여성들을 유혹해 성관계를 했다”며 “자신을 포함해 피해자가 최소 8명이고 미성년자도 2명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이에 크리스는 “사실이라면 내 발로 걸어서 교도소에 들어가겠다”며 오히려 두씨가 자신을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베이징공안국 차오양(朝陽) 분국은 지난 31일 크리스를 체포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크리스 우는 지난달 19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해당 여성과 술 한 잔 마신 적도 없고, 그가 밝힌 정황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공안은 "최초 문제를 제기한 여성과 성관계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 됐다"고 발표했다. [웨이보 캡쳐]
중국은 성폭행 사건에 대해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경우에 대해서는 최대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앞서 법치일보는 “이 사건은 연예계의 소문이 아닌 실제 사건”이라며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확고한 교훈을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크리스는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2012년부터 아이돌 그룹 엑소에서 활동하다 2014년 한국 기획사 SM을 상대로 한 전속계약 무효 소송을 냈고, 이후 중국에서 가수·배우로 활동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