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황제' 우사인 볼트(35·은퇴)가 은퇴한 후 처음 열리는 올림픽에서 캐나다의 안드레 데그라세(27)가 마음껏 기량을 발휘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동메달(9초89)에 이어 200m 금메달(19초62)을 목에 걸었다.
2008년을 기점으로 올림픽 단거리는 볼트의 무대였다. 볼트는 육상 100m와 200m에서 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6 리우 올림픽까지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휩쓸었다. 볼트는 400m 계주에서도 베이징을 제외하고 두 대회 금메달이 있다. 당시 베이징 올림픽 4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따냈으나, 계주를 함께 뛴 네스타 카터가 금지약물 복용이 확인되어 메달이 취소됐다.
볼트의 시대에서는 아무도 그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육상 남자 100m 동메달, 200m 금메달을 따낸 데그라세가 우승 후 펑펑 운 이유기도 하다. 데그라세는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볼트에 밀려 100m 동메달, 200m 은메달, 400m 계주 동메달을 차지했다.
데그라세는 4일 일본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62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캐나다의 육상 200m 우승은 1928년 퍼시 윌리엄스 이후 93년 만의 일이다.
경기 후 눈물을 보인 그는 "경기장에서 이토록 감정적인 건 처음이다"며 "난 항상 동메달과 은메달에 그쳤었다. 금메달을 따게 되어 굉장히 만족스럽다. 누구도 나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다"고 기뻐했다.
데그라세는 리우 올림픽 이후 지난 5년간 트랙 안팎에서 많은 일을 겪었다.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햄스트링 문제와 심각한 단핵증으로 고생했다. 단핵증은 인후통과 열병, 그리고 무력증 등을 동반하는데, 운동선수에게는 당연 치명적이다.
이 모든 걸 극복해 낸 데그라세에겐 더욱 뜻깊은 금메달이었다. 그는 "2016년 나는 어렸고 경험도 없었다. 지금은 메달에 대한 기대도 있다. 이 세상에 내가 부상들을 뒤로하고 금메달을 따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