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는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2020 도쿄올림픽 2차(패자) 준결승에서 5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삼진 9개를 기록하며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19살 신인 투수가 금메달 획득 기로에서 배짱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
이의리는 타선의 득점 지원 없이 나선 1회 말 선두 타자 에디 알바레즈, 후속 타일러 오스틴 모두 삼진을 잡아냈다. 그러나 갑자기 좁아진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탓에 위기에 놓였다. 3번 타자 트리스톤 카사스에게 볼넷, 4번 타자 토드 프레이저에게 좌전 2루타를 맞았다. 주자는 2·3루를 밟았다.
그러나 실점은 없었다. 후속 타자 에릭 필리아에게 바깥쪽(좌타자 기준) 슬라이더를 구사,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실점 없이 1회를 넘겼다.
2회는 1점을 내줬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크 콜로스베리에게 볼넷을 내줬고, 2루 도루를 허용했다. 이 상황에서 9번 타자 잭 로페스에게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허용했다. 타자 주자는 야수진의 중계 플레이로 런다운을 만든 뒤 2루수 김혜성이 태그 아웃시켰다. 하지만 한국은 기선을 내줬다.
이의리는 3회 두 번째 상대하는 알바레스와 오스틴을 삼진, 카사스를 내야 땅볼 처리하며 처음으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4회 무사에서 상대한 프레이저는 삼진, 필리아는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이 상황에서 일격을 당했다. 제이미 웨스트브룩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비디오판독 뒤에도 원심 홈런이 번복되지 않았다. 한국이 0-2, 2점 차 리드를 내줬다.
이의리는 더 흔들리지 않고, 후속 타자 콜로스베리를 삼진 처리했다. 타선이 5회 공격에서 1점을 추격하며 1-2, 1점 차로 추격한 상황에서도 한 이닝을 더 막아냈다. 닉 앨런과 로페스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낮은 코스 체인지업이 미국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4⅔이닝 동안 잡아낸 삼진은 무려 9개.
마지막 고비도 잘 넘겼다. 2사 뒤 상대한 알바레스와 오스틴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이번 대회 미국 타선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카사스를 상대했다. 최일언 대표팀 투수 코치가 한 차례 마운드에 올라 전열을 재정비했다. 우투수에 강한 카사스의 데이터를 감안했을 때, 이의지가 막아주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
이의리는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했다. 카사스에게 2루 땅볼을 유도했다. 1루수 김현수가 잡지 못한 공을 2루수 김혜성이 잡아냈고, 이의리는 베이스커버를 들어가서 아웃카운트를 얻어냈다.
이의리는 6회 수비 돌입과 동시에 마운드를 넘겼다. 5이닝 2실점. 완벽한 투구였다고 볼 순 없다. 그러나 프로 무대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투수가 지면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경기에 등판해 정말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