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은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6-10으로 졌다. 6-5로 앞선 8회 등판한 오승환(39·삼성 라이온즈)이 3분의 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안타 4개를 맞고 5실점 했다. 패전투수가 된 오승환은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고개 숙였다.
오승환은 이번 대회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올 시즌 세이브 1위(27개)를 달리고 있지만, 적지 않은 나이로 발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8일 KBO리그를 강타한 코로나19 감염 여파가 그를 도쿄로 가게 하였다.
당시 NC 다이노스의 서울 원정 숙소에서 코로나19 확진 선수가 나왔고, 전수 검사 결과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등 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이들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방역수칙을 어긴 것이 드러났다. 밤늦게 숙소에서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진 것이 알려지면서 야구팬들의 비판이 커졌다.
그 와중에 도쿄올림픽 명단에 뽑혔던 박민우도 술자리에 동석했다는 게 밝혀져 대표팀에서 사퇴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조사를 계속하다 보니 또 다른 대표팀 선수인 투수 한현희(키움 히어로즈)도 NC 확진 선수와 함께 있었던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진 것을 밝혀졌다. 한현희도 급하게 자필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한현희 대신 선발된 것이 바로 오승환이었다. 오승환 발탁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2015년 원정도박 문제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개막이 코앞이라 오승환 발탁 논란은 유야무야 넘어갔다.
그리고 4경기에 나와 3과 3분의 2이닝 동안 5피안타(2피홈런) 6실점을 기록했다.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9회 초 무사 3루에서 세 타자를 연속 땅볼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노련함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견제 실수로 1루 주자를 3루까지 보내고, 조별리그 이스라엘전에서는 9회 초 솔로포를 허용해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아슬아슬한 모습도 보였다.
결국 NC에서 시작된 방역수칙 위반 파동이 야구대표팀이 13년 만에 나간 올림픽에서 노메달로 이어졌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소집된 야구대표팀은 패기와 투지도 잘 보이지 않았다. 강백호(KT 위즈)가 동메달 결정전에서 역전당했는데 더그아웃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모습이 잡혀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 탈락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선수들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선보였는데, 일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논란이 됐다.
이번에는 야구팬들의 응원도 크지 않았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면서 프로야구 선수들의 유흥 생활이 낱낱이 드러났고 야구팬의 실망이 매우 컸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응원하는 야구팬들도 있었다. 국민청원에는 '야구대표팀이 동메달을 따고 병역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