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장악으로 공항이 마비되면서 아프가니스탄이 2020 도쿄 하계패럴림픽 대회(장애인올림픽)에 불참하게 됐다.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 위원회(APC)의 아리안 사디키 단장은 17일(한국시간) 런던에서 진행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도쿄 하계패럴림픽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아프가니스탄 두 명의 선수가 참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 선수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인 카불에서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크레이그 스펜스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 선수단 및 관계자가 안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수도 카불을 점령하는 등 현지 정국이 혼란스러워진 탓이다. 탈레반 지도부는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카불이 함락됐다는 소식에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시민 수천 명이 공항에 몰려 아수라장이 됐다. 아슈라프 가니(72) 대통령도 다량의 현금을 갖고 국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번 대회에 총 2명의 선수를 파견할 예정이었다. 여자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와 남자 육상 선수 호사인 라소울리(24)는 16일 비행기에 탑승해 17일 도쿄에 도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변으로 인해 불행하게도 대표팀은 제때 카불을 떠날 수 없었다. 사디키 단장은 탈레반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물가가 치솟아 대표팀이 항공편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대표팀 소속의 두 선수는 지난주까지 패럴림픽 출전 준비에 전념했었다. 특히 IPC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꿈과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쿠다다디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감격했다”며 “아프가니스탄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패럴림픽에 나가게 됐는데, 장애를 가진 많은 여성에게 희망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꿈은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산산조각이 됐다.
사디키 단장도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그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 그들은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했다. 공원이나 뒷마당 등 가능한 모든 곳에서 훈련하며 대회를 준비했다”며 “아프가니스탄은 최근 수십 년간 올림픽·패럴림픽 모두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선수단을 파견하며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전했는데,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탈레반 시대에는 선수들이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없었다. 특히 여자 운동선수들은 더욱 그랬다”며 “쿠다다디는 아프가니스탄 여자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출전할 수 있었다. 이것은 역사였고, 그도 참가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프가니스탄은 1996 애틀랜타 패럴림픽에 처음 선수단을 파견한 후 2004 아테네 패럴림픽부터는 꾸준히 선수단을 내보냈다.
한편 오는 24일 개막해 다음 달 5일 폐막하는 도쿄패럴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인해 무관중으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