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 한국 영화 10편이 영화 속 성평등을 가늠하는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17일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개봉한 작품들 가운데 성평등을 평가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을 ‘벡델초이스10’으로 선정, 발표했다. 톱10 작품으로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남매의 여름밤’, ‘69세’,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디바’, ‘내가 죽던 날’, ‘빛과 철’,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 모교’, ‘콜’, ‘혼자 사는 사람들’이다.
성평등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벡델 테스트가 활용됐다. 벡델 테스트는 미국의 여성 만화가이자 커밍아웃 동성애자인 앨리슨 벡델이 1985년 고안한 영화의 성평등을 측정하는 기준이다. 영화 속에서 여성이 주도적인 캐릭터로 얼마나 빈번히 등장하는지 평가하는 데 활용돼 왔다. 기준에 따르면 영화 속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최소 두 사람이 나오고, 이들이 서로 대화를 하며, 그 대화 소재나 주제가 남성 캐릭터에 대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벡델 테스트의 3가지 조건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4가지 기준을 더해 총 7가지 잣대로 평가했다. 추가된 기준은 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중 한 명 이상이 여성 영화인이고,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남성 주인공과 여성 주인공의 역할 비중이 동등해야 한다. 또 여성 캐릭터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재현되지 않아야 하며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 않아야 한다.
감독과 배우, 여성학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은 “7가지 기준을 모두를 통과할 수 있는 작품이 극히 드물었다”며 “한국 영화계가 여전히 시대가 요구하는 성평등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 고정관념에 머물지 않으려는 인물과 이야기들이 독립영화뿐 아니라 상업영화 내에서도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다음 달 4일 ‘벡델데이 2021’을 진행한다. ‘벡델데이 2021’은 한국 영화가 평등한 성별 재현을 하도록 돕고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성평등주간 행사다. 올해 두 번째를 맞는 이 행사에서는 소설가 김초엽 작가의 강연이 마련돼 있으며, 성평등을 실현하는 데 공헌한 영화인에 대한 ‘벡델리안’ 시상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