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0일 키움은 외야수 이용규(36) 영입을 발표했다. 기대가 큰 계약은 아니었다. 그는 전 소속팀 한화에서 방출돼 은퇴 갈림길에 서 있었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하면 기껏해야 백업 자원 정도로 평가됐다. 키움이 보장한 연봉도 종전 4억원에서 3억원을 낮춘 1억원이었다. 옵션 최대 5000만원이 별도였지만 사실상 최소한의 금액으로 영입을 마무리했다.
9개월이 지난 현재 '이용규 계약'은 베스트 영입으로 평가받는다. 이용규는 16일까지 8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0(264타수 74안타)을 기록했다. 선구안을 앞세워 삼진(32개)보다 더 많은 볼넷(48개)을 골라냈다. 그 영향으로 출루율(0.392)이 규정타석을 채운 54명 중 상위 14위. 팀 내에선 이정후(0.441)에 이은 2위다. 지난달 27일 서건창(LG)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난 뒤 부동의 1번 타자로 출전 중이다.
투수들의 경계 대상 1호다. 이용규는 시즌 타석당 투구 수(NP/PA)가 4.36개다. 한화 정은원(4.49개)에 이어 이 부문 리그 2위. 투수들의 투구 수를 늘리면서 빈틈을 만들어 낸다.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는 "타격 기술적인 측면에서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 끈질기게 승부하면 수비하는 입장에선 피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91까지 떨어졌던 RC/27도 6.04까지 끌어올렸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 타석에서의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키움은 오프시즌 동안 주전 외야수 임병욱이 입대했다. 개막 직후인 4월 12일에는 박준태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탈했다. 박준태는 5월에 복귀했지만, 타격 부진에 잔부상이 겹쳤다. 큰 기대를 걸었던 송우현은 최근 음주운전 적발로 퇴출당했다. 임병욱과 박준태 그리고 송우현까지 유독 외야진에 변수가 많았지만, 팀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이용규의 존재다. 이정후와 함께 붙박이 외야수로 한 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이용규는 키움의 '정신적 지주'다. 키움은 이용규 계약을 발표할 때 '연령대가 낮은 선수단에 실력 있는 베테랑 선수의 합류로 뎁스(선수층)와 선수단 분위기 강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는 이용규에 대해 "기존 박병호와 이지영에 이용규가 가세해 젊은 선수들에게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얘기도 많이 하고 힘들 때마다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