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을 통해 탁구 스타로 떠오른 신유빈(17·대한항공)의 각오는 당찼다. 신유빈은 19일 전북 무주 국민체육센터에서 끝난 2021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개인전)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7전 전승,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세계선수권 출전은 처음이다. 세계선수권은 11월 23~29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다.
선발전 일정을 모두 마친 신유빈은 “올림픽을 준비하고 겪으면서,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나라를 대표하니 마냥 즐길 수는 없었다. (올림픽이) 끝나면 푹 쉬고 싶었는데 곧바로 대표선발전 일정이 잡혔다. 팬들을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도쿄올림픽을 통해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개인전은 3라운드에서 탈락했고 단체전도 4강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도 10대 특유의 당돌함과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팬들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급기야 ‘삐약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인기를 실감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네에서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던 배달 아저씨가 뒤돌아보며 ‘와! 신유빈 선수다’라고 하더라. 신기했다”며 웃었다.
대한항공 소속인 신유빈은 올림픽이 끝난 뒤 조원태 대표이사를 만났다. 그는 조 대표에게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테니 비행기를 달라”고 했다. 한국 여자탁구 에이스의 당찬 포부에 조 대표는 대답은 못 한 채 웃음만 터트렸다고 한다.
신유빈은 최근 유튜브 방송도 시작했다. 채널을 직접 개설한 건 아니고, 한 팬이 ‘삐약유빈’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채널에는 신유빈이 보내는 브이로그(VLOG,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동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것) 영상이 게재된다. 구독자 수가 6만을 넘었다. 수익금은 기부하기로 했다. 그는 “더 많이 기부할 수 있도록 영상을 열심히 찍겠다”고 약속했다.
올림픽을 경험하면서 신유빈은 기량 면에서도 한 뼘 더 성장했다. 그는 이번 대표 선발전에서 전보다 한결 더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했다. 그는 이번 선발전에서 모두 7경기를 치렀는데, 불과 세 세트만 내주고 전승을 거뒀다. 선발전을 지켜본 지도자들은 “올림픽을 치르면서 많이 성장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작 그는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7세트까지 간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쳤다. 그런데 생각보다 경기가 일찍 끝났다.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며 웃었다.
세계선수권까지는 석 달 남았는데, 신유빈은 이 기간 훈련보다는 휴식에 좀 더 중점을 둘 계획이다. 그는 “크고 작은 부상이 너무 많아서 당장 입원해야 할 지경이다. 무릎과 오른쪽 어깨에는 원래 염증이 좀 있었고, 발목 인대도 조금 늘어났다. 허리도 아프다”면서도 “일단 3일 정도만 쉴 수 있어도 만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아미’ 회원이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BTS 노래를 요즘은 잘 찾아 듣지 못할 정도다. 그는 “BTS를 향한 마음이 변한 건 아니다. (체력적으로) 그냥 좀 지쳤다. 전에는 하루면 체력이 회복됐는데, 17살이 되니 힘들다. 오래 뛰는 선배 언니들을 더 존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