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다짐을 짧게 자른 머리로 표현했다. KGC인삼공사 이소영(27)이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시즌을 향한 각오를 비쳤다.
2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컵대회 여자부 개막전은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의 경기였다. 이소영은 경기 전 GS칼텍스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그는 코트 대신 관중석으로 갔다. 이날 경기 출장명단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영택 KGC인삼공사 감독은 "컵대회에선 이소영을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소영은 강행군을 했다. 지난 시즌 GS칼텍스에서 트레블(컵대회·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을 이끌었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하는 레프트 포지션인만큼 체력 부담이 적지 않았다. 비시즌에도 못 쉬었다. FA 협상이 끝나자마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과 도쿄올림픽을 치렀다.
이소영은 "제가 주인공이 아닌데…"라면서도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승락했다. 그는 "팀에서 배려를 해주셔서 조금 쉬었다. 올림픽에 다녀온 뒤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재활을 하면서 오른 어깨 근력 보강 운동을 하고 있다. 곧 팀 훈련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KGC인삼공사 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표팀에선 대회기간이라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근력이 조금 떨어졌다. 부상이 크지 않지만 예방 차원에서 휴식을 줬다"고 설명했다.
V리그에서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이소영은 도쿄올림픽 4강행에 힘을 보탰다. 특히 8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일본전에선 교체투입돼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선배 김연경과 다정한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소영선배'란 별명을 살짝 바꾼 '소영후배'란 별명이 새로 생기기도 했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올림픽 후 쏟아지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방송출연 등 배구 외의 활동도 늘고 있다. 이소영도 최근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정은지가 진행중인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소영은 "연경 언니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하나 더 출연한다"고 귀띔했다.
이소영은 동갑내기 농구 국가대표 강이슬(27·KB스타즈)과 친하다. 코로나 19 탓에 최근엔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도쿄올림픽에 함께 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소영은 "마침 옆방이었다. 자주 보면서 이야기했다. 서로 반찬을 나눠먹기도 했다"고 미소지었다.
컵대회에 나타난 이소영의 모습을 본 팬들은 깜짝 놀랐다. 짧게 자른 머리 때문이다. 이소영은 "학창 시절 이후 이렇게 짧게 자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엔 "잘생쁨(잘생기게 예쁨)" "귀여워요" 등 뜨거운 반응이 올라왔다. 그는 "운동하기 편한 것도 있고,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