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의 '철인' 김광석(38)이 소속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인천은 2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21년 K리그1 27라운드 홈경기에서 대구FC를 2-0으로 이겼다. 공격수 송시우(28)의 발끝에서 전반 23분 만에 선제골이 나왔다. 후반 18분엔 '중원사령관' 아길라르(30)의 프리킥 추가골까지 터져 승리를 확정했다. 인천(승점 36)은 리그 4위로 올라섰다. 현재 순위를 지키면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다. 매 시즌 강등권을 헤메다 막판 극적으로 K리그1에 잔류한 인천에겐 꿈 같은 얘기다.
수비수 김광석이 인천의 반전 드라마를 이끌었다. 1983년생 김광석은 염기훈(수원 삼성), 김영광(성남FC)과 함께 K리그 최고령이고, 김재성 인천 코치와 동갑이다. 동료들은 '삼촌'이라고 부른다. 통산 출전 경기 수는 434경기다.
백전노장 김광석은 올 시즌 인천 수비의 중심이다. 팀이 치른 전 경기(25경기)에 출전했다. 스리백 중앙 수비로 나선 김광석은 대구 공격진을 상대로 노련한 수비를 펼쳤다. 김광석(182㎝)은 자신보다 큰 장신(191㎝) 스트라이커 에드가(34)에겐 먼저 달려드는 강한 압박 수비로 틈을 주지 않았다. 반대로 스피드와 기술이 강점인 세징야가 볼을 잡으면 거리를 두고 상대 반응을 보고 대처했다. 또 좌측 수비수 해리슨 델 브릿지(29·호주)와 우측 수비수 오반석(33)과 쉴 새 없이 소통하며 협력 수비를 했다. 에드가, 세징야는 이날 무득점에 그쳤다. 인천은 최근 7경기 3실점의 '짠물 수비'를 기록했다.
투혼도 발휘했다. 2-0으로 앞선 후반 34분 김광석은 볼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오른쪽 종아리에 통증을 느끼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더 뛸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벤치를 향해 교체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인천은 교체 카드 5장을 다 사용한 상황이었다. 들것에 실려나간 김광석은 다시 돌아와서 뛰었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김광석을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수비 부담 없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버텨주기만 바랐다. 그러자 인천 수비가 느슨해지자 대구가 파상공세를 펼쳤다.
위기를 감지한 김광석이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는 후반 40분 대구 페널티박스까지 진출했다. 왼쪽에서 크로스가 넘어오자 혼신의 힘을 다해 헤딩슛을 했다. 대구 수비의 예상을 깬 공격이었다. 비록 슛은 빗나갔지만, 노장의 투혼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이 모습을 본 인천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 뛰며 승리를 지켜냈다. 김광석도 절뚝거리면서도 풀타임을 뛰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야 그라운드에 쓰러져 의료진 치료를 받았다.
김광석 26일 정밀 검사를 받았는데, 회복까지 4주가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광석은 "팀 승리에 보탬이 돼 무척 기쁘다. 남은 시즌 팀이 하나로 뭉쳐서 상위권이라는 깜짝 놀랄만한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빨리 팀에 복귀해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