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승주(29·IBK기업은행)는 아직 도쿄올림픽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김연경(33)과 보낸 8월은 그의 배구 인생에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표승주는 26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의정부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GS칼텍스와의 순위 결정전에 선발 출전, 16득점을 기록하며 소속팀 기업은행의 세트 스코어 3-1(25-11, 25-21, 19-25, 25-21)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성공률 48.27%를 기록하며 순도 높은 득점력을 보여줬고,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도 1개씩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조별 리그 두 경기에서 연패를 당했다. 준결승 탈락이 결정된 채 GS칼텍스전을 치렀다. 하지만 김희진·김수지·표승주, 도쿄올림픽 대표팀 3인방이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해내며 저력을 보여줬다.
경기 뒤 표승주는 "다가올 V리그에서 어떤 보완점이 필요한지 확인한 대회다. 흐름을 넘겨준 뒤 다시 찾아오는 힘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좋은 수비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도 해결하는 능력도 다소 부족했다. 아쉬움이 있다"라고 도드람컵에 나선 세 경기를 돌아봤다.
표승주는 강행군이다. 도쿄올림픽 일정을 소화하고 바로 컵대회에 나섰다. 하지만 대표팀 경험은 자양분이 됐다. 표승주는 "다른 나라의 빠른 선수들을 상대로 수비와 리시브를 경험한 게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표승주는 세르비아 주포이자 세계적인 공격수 티야나 보스코비치를 가장 인상적인 공격수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표승주에게 가장 큰 감명을 안긴 선수는 김연경이다. 대회 기간 룸메이트였던 김연경과 호흡한 대표팀 생활을 통해 배운 게 많다.
포승주는 "나는 대표팀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아서 새삼 알게 됐다. 직접 경험해보니 그동안 (김연경·양효진·김수지·김희진 등) 언니들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 알게 됐다. 쉬운 자리가 아니더라"라고 전한 뒤 "특히 연경 언니는 대표팀 생활 전반을 통해 배울 게 너무 많았다. 진짜 존경한다. '운동을 잘하려면 저렇게 해야겠구나'하고 느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승주는 김연경이 심적 부담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이 과정에서 태극마크에 대한 김연경의 자긍심도 느낄 수 있었다고.
표승주는 소속팀 기업은행의 주축이자 차세대 배구 대표팀을 이끌어갈 선수다. 김연경이 대표팀에 은퇴하기 전에 남긴 유산이기도 하다. 값진 경험을 했다. 표승주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