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연예계 전반에 대해 통제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명 연예인이 탈세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고, 연예계 팬덤 관리대책이 나오면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이 특히 분배를 강화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세우고 시진핑 국가 주석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통한 사상통제를 강조하는 만큼 고액의 출연료에다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연예인이 사정 칼날을 받을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중국 매체들은 28일(현지시간) 유명 배우 정솽(鄭爽)이 탈세로 벌금 2억9900만 위안(약 539억 원)을 부과받자 비판 논평을 내놨다. 인민일보는 최근 드러난 연예인들의 위법행위와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들에 대한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예계의 길을 가려면 법치의 끈을 꽉 묶고 도덕의 선을 지켜야 한다. 법률과 도덕의 레드라인을 건드리면 연예계 길의 종착점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CTV는 앵커 논평을 통해 “무질서한 팬덤은 스타가 고수입을 얻는 주요인”이라면서 “탈세를 더 힘껏 검열해야 한다. 그러한 아이돌을 무너지게 하는 게 무질서한 팬덤을 바로잡도록 돕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화통신도 “정솽 사건은 공평과 정의를 보여주며 연예계 종사자들에게 자기 단속을 강화하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음악가와 영화인, 방송예술가 등 중국 내 최소 12개 연예 관련 협회들은 25~26일 ‘직업 기풍 건설’ 관련 좌담회를 열고 직업윤리 준수를 강조했다. 좌담회에서는 “예술계에 종사하고 싶으면 먼저 도덕을 정립해야 한다”거나 “예술가의 언행이 팬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가볍게 볼 수 없다”, “문화예술은 시대가 전진하는 나팔로 한 시대의 풍모를 대표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탈세 사건의 당사자인 정솽은 사과문에서 “국가와 사회, 관심을 준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벌금 납부를 약속했다. 정솽의 작품 ‘천녀유혼’ 등을 제작한 업체는 드라마 투자지분 수익권의 허위 양도 등 위법 사항이 적발돼 벌금 60만 위안(약 1억원)을 부과받았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은 “최근 몇 년간 지속해서 영화산업 등 고소득자 및 고위험 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왔다”면서 “관련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악의적인 탈세를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난(中南) 재경정법대학의 예칭(葉靑) 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정솽의 케이스는 공공영역 같은 고위험 분야나 연예계 종사자를 제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공동 부유로 나아가는 만큼 감독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연예인뿐만 아니라 공무원도 대규모 탈세나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을 위험성이 높다. 이들에 대한 감독도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드라마 ‘황제의 딸’로 유명한 배우 자오웨이(조미)의 작품이 동영상 사이트에서 내려진 데 대해서는 탈세, 자금세탁 등 금융 문제 혹은 당국의 규제대상인 알리바바와의 관련성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홍콩 매체 명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