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면 선수 생명 끝난다" 이 말은 옛말이 됐다. 이제 KBO리그는 '현역병(現役兵)' 시대가 됐다.
현역병은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판정을 받고 병 신분으로 복무하는 군인을 뜻한다. 육군, 해병대, 해군, 공군 등으로 1년 6개월~1년 9개월 동안 의무로 복무한다.
보통 야구 선수들의 전성기는 20대 중반으로 본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에 입대로 인해 뛰지 못하는 것은 선수 개인에겐 아쉽다. 또 군 복무를 마친 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그래서 프로야구 선수들은 현역 군 복무를 기피했다. 지난 2004년에는 조직적으로 병역을 불법 면제받은 사건으로 프로야구계가 쑥대밭이 됐다. 이후 상무, 경찰 야구단 등에 뽑혀 야구 경기를 하면서 군 복무를 하려는 선수들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경찰 야구단은 지난 2019년 사라졌다. 이제 더 많은 선수가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현역 군 복무가 예전처럼 선수 생명을 걸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현역병 선수들이 성공적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은퇴한 권오준, 노장진, 권용관, 전준호, 최향남 등이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현재 KBO리그 베테랑 중 가장 인상적인 현역병 출신은 서건창(LG)이다. 서건창은 21개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2014년에 KBO리그 사상 최초로 201안타를 기록했다.
올해는 한화 김태연(24), LG 손주영(23), NC 최보성(23) 등이 눈에 띈다. 내야수 김태연은 지난 2019년 시즌이 끝나고 현역으로 입대해 경기도 파주의 1사단 전차대대 탄약병으로 군 복무를 했고 지난 5월 19일 제대했다. 1년 반이나 공백이 있었지만 후반기 13경기에 나와 타율 0.435, 1홈런, 10타점 등으로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투수 손주영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생애 첫 승을 따냈다. 손주영도 지난 2018년 12월 말 입대해 경기도 파주시 1사단에서 경비병으로 복무하고 지난해 7월 제대했다. 군대에서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하체 힘을 길렀고, 제대 후에 구속도 증가했다. 올해 후반기 깜짝 선발로 발탁돼 활약하고 있다.
내야수 최보성은 해군 출신이다. 상륙함인 노적봉함에서 갑판병으로 복무했다. 2018년 NC에 입단하고 1년 후 입대했다. 지난해 10월 팀에 돌아와 2군에서 훈련했다. 박석민이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논란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1군에 올라왔다. 그리고 호수비와 함께 매서운 방망이를 보여주고 있다. 8경기에서 타율 0.300을 기록하고 있다.
야구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나름대로 군 생활이 큰 도움이 됐다. 김태연은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감각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손주영은 "구속이 떨어져 팔을 쉬게 하려고 일부러 상무에 가지 않았다. 제대하고 구속이 시속 145㎞가 나오는 걸 꿈꿨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했다. 최보성은 "군대 가기 전에는 어려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군에 다녀온 후 집중력이 좋아졌다"고 했다.
현역병 선수들은 "현역 군 복무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오히려 야구를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 커져 열심히 하게 된다"면서 현역 군 복무를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