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30일 상장 일정 변경을 알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사가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GM 리콜 조치 방안,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올해 안에 상장 완료를 목표로 IPO를 계속 추진할지에 대해 10월까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8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10월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배터리를 납품한 GM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 리콜 사태가 불거지면서 이달 중순 통과가 예상됐던 상장예비심사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기간 연장 신청까지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그룹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주력 계열사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첫 IPO이기도 하다. ‘미래 먹거리’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가치가 1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가 나왔다. 이에 LG그룹의 시총 규모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로 꼽혔다.
만약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한다면 삼성·SK·현대차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는 LG그룹이 SK를 제치고 시총 2위에 올라설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GM의 연이은 리콜 사태로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상장은 사실상 힘들다는 평가다. 신뢰도 하락은 물론이고 전기차 리콜 관련 충당금 반영 등이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동 조사를 통해 화재의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야 하고, 리콜 비용 분담 비율을 합의해야 하는 등 사태 해결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증시 상장에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리콜 비용 분담 규모도 부담이다. 지난해 11월 쉐보레 볼트 EV 6만9000대에 이어 지난 20일 결정된 쉐보레 볼트 EV와 볼트EUV 7만3000대를 더하면 모두 14만2000대 리콜 규모다. GM은 총 18억 달러(약 2조980억원)의 리콜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LG에너지솔루션이 1조원 이상의 비용을 분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이미 현대차와 리콜 비용 분담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8만2000대의 리콜 규모였고 비용의 70%를 LG에너지솔루션이 부담하기로 했다. 현대차와의 합의 조건이 이번 GM과의 비용 분담 산정에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이 60%를 부담한다면 1조259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로이터는 “배터리셀의 두 가지 드문 제조상 결함이 배터리 화재의 원인으로 확인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한국 오창과 중국 공장에서 제조한 배터리셀에서 음극 탭 파열과 분리막 접힘 등의 결함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결함과 관련해 “LG전자, GM 등 3사가 공동으로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기반한 최종 리콜 조치 방안이 신속히 도출되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콜 사태는 비단 LG에너지솔루션만의 문제가 아니다. LG전자가 해당 모듈을 제작했기 때문에 비용을 메우고 있다. GM의 1차 리콜 발표 후 LG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에 2346억원의 리콜 충담금을 반영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는 910억원이 반영됐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LG그룹 내 최종 분담 비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할 때 LG에너지솔루션의 최종 비용은 4230억~555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리콜로 인해 LG화학 주가도 휘청이고 있다. 리콜 사태 이전 90만원을 바라봤던 주가가 30일 종가 기준으로 77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주 13% 가까이 떨어진 LG화학의 시총은 8조원이나 증발했다.
LG화학의 시총 규모는 54조3561억원으로 삼성SDI(52조4673억원)에 턱밑까지 쫓기고 있다. 2차 전지 대장주 자리마저 내줄 위기에 몰렸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2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리콜 비용 분담으로 3분기에는 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어렵게 됐다"며 "앞으로 다른 파트너사의 전기차에서도 리콜 사태가 발생할 위험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