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47) NC 감독이 KBO리그 개인 통산 200승을 코앞에 두고 당분간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NC 구단은 지난 30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원정 숙소에서 밤에 사적 모임을 가진 박석민에게 50경기, 이명기·권희동·박민우는 2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앞서 이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즉 박석민은 122경기, 이명기·권희동·박민우는 97경기 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한다. 올 시즌 70경기 출장정지에 이어 나머지 경기 수는 내년 시즌에 적용된다.
그런데 이 감독에게도 선수 관리의 책임을 물어 10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31일 인천 SSG전부터 적용돼 우천 취소 등의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9월 9일 창원 두산전까지 팀을 이끌지 못한다. 해당 기간 동안 강인권 수석코치가 대행해 팀을 이끈다.
논란이 된 선수들의 자체 징계는 정해진 수순이었지만, 이 감독의 징계는 예상 밖이었다. 그러나 이 감독이 강력한 징계를 원했다는 후문이다. 이 감독은 황순현 전 대표, 김종문 전 단장 등 구단 수뇌부가 이번 사태로 물러나면서 선수단 수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NC 관계자는 "감독님이 구단 내 징계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고 계셨다. 선수들 경찰조사가 끝나길 기다렸지만, 지지부진해서 8월이 가기 전에 급하게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감독님은 이 소식에 대전 원정을 마치고 인천까지 가셨다가 30일에 창원에 내려와 자신의 뜻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NC가 5강 싸움을 힘겹게 하고 있는 상황도 개의치 않았다. 서봉규 대표대행과 임선남 단장대행도 팀 전체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강력한 의지로 이 감독에게 출장정지 징계를 내리는데 동의했다.
공교롭게도 이 감독은 200승까지 단 1승만 남겨두고 있다. 1승만 추가하면 KBO리그 역대 32번째로 200승 감독이 된다. 2019시즌을 앞두고 NC 감독이 됐고, 그해 73승, 지난해 83승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는 30일까지 43승을 거둬 감독으로서 개인 통산 199승을 올렸다.
무명 감독이라는 설움을 딛고 지난해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면서 승수를 대거 쌓았다. 지난 시즌 기세라면 200승은 전반기에 이룰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에이스 구창모에 이어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간신히 5위에 턱걸이 했다. 그 와중에 방역수칙 위반 논란으로 주전 선수 4명을 잃었다.
다행히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힘을 내주면서 팀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이 감독의 징계 자처로 선수들이 더욱 결연한 의지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 이 감독도 징계를 마치고 돌아오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200승을 자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