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오른 옆구리 통증 탓에 KBO리그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지난달 17일 1군에서 제외될 때만 해도 피로 누적으로 인한 단순 근육통으로 여겨졌다. 첫 검진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며칠 쉬면 괜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통증이 잦아들지 않아 최근 재검진을 받았고, 근막통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구단의 트레이너는 “똑같은 부위를 반복해 사용하면 근막통증 증후군이라는 게 생긴다. 이정후도 이 문제인 것 같다”며 “통증 부위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하면 근육이 멀쩡하고 뼈에도 문제가 없다. 부상 원인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근막통증 증후군의 경우 빠르게 괜찮아지기도 하지만, 통증이 오래갈 수 있다. 리도카인(국소 마취제)을 비롯한 주사나 전기 치료 등으로 통증을 줄일 수 있는데 결국 시간이 답”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통증학회는 근막통증 증후군을 ‘통증 유발점(trigger point)으로 인해 한 개 혹은 여러 개의 근육에서 초래되는 근근막통증’이라고 정의한다. 흔히 말하는 “담이 들었다” “근육이 뭉쳤다”는 증상도 이에 해당한다. 근육의 과도한 사용 등이 주요 원인인데 이정후는 전반기가 끝난 뒤 휴식 없이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대회를 마친 다음엔 곧바로 팀에 합류, 강행군을 치렀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이정후가 재활 치료를 진행하다가 통증을 다시 느꼈다. 염증 관련이라서 쉬면 괜찮아질 것으로 보였지만 기술 훈련에 들어가기 전 통증이 재발해 검진을 다시 했다”고 전했다.
그의 복귀까진 시간이 꽤 필요할 전망이다. 이정후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군(퓨처스)에서 경기를 뛰지 않고 줄곧 휴식했다. 2주 이상의 실전 공백이 생겨 1군 복귀 전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키움 구단도 무리해서 그를 기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홍원기 감독은 “이정후는 정신력과 투지가 강한 선수다. 좀처럼 아프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데, (통증을 호소한 게) 처음이라 조심스럽다”며 “급하게 썼다가 아예 못 쓸 수 있다. 선수가 완쾌해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는 목표를 갖고 있다. (1군 등록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거 같다”고 말했다. 옆구리는 공격과 수비 모두 민감할 수 있는 부위라 더 조심스럽다.
키움 타선엔 비상이 걸렸다. 이정후는 부상 전까지 시즌 타율 0.348(310타수 108안타)로 팀 내 1위였다. 출루율(0.441)과 장타율(0.503)을 합한 OPS도 0.944로 높았다. ‘공격의 엔진’이었던 그가 빠지자 팀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2군에서 콜업한 프로 4년 차 예진원을 기용하고 있지만, 무게감이 다르다.
이정후 이탈 후 치른 첫 10경기 팀 타율이 0.215로 리그 최하위다. 이 기간 키움은 3승(1무 6패)밖에 따내지 못했다. 외야수 박준태가 컨디션 난조로 2군에 내려갔고, 송우현은 음주운전 적발로 퇴출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번 타자 박병호마저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상·하위 타선이 삐걱거리며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