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인수·합병(M&A)을 둘러싼 갈등이 끝내 소송전으로 치닫게 됐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모펀드(PEF) 운영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남양유업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M&A 거래에서 계약 불발이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앞서 한앤코가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인 만큼 남양유업 M&A는 법정 분쟁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홍원식 회장은 1일 입장문을 내고 한앤코에 남양유업 SPA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과 그의 일가가 남양유업 보유 지분 53%(37만8938주)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 만이다.
홍 회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매각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매수자 측이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고 계약 해제 책임을 한앤코에 돌렸다. 계약 체결 전 쌍방 합의 내용 이행을 요구한 것을 한앤코가 왜곡했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이어 “계약이행 기간 중임에도 한앤코 측이 협의는커녕 부당한 가처분 신청마저 냈다”며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해 ‘노쇼’라고 저를 비방한 일체의 과정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소송전을 예고했다.
홍 회장은 특히 “57년을 일궈온 남양유업을 쉽게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며 한앤코를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다만 홍 회장은 경영권 매각 약속은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홍 회장은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없이 매우 확고하다"며 "매수인(한앤코)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앤코는 이날 즉각 반박 자료를 냈다. 남양유업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계약은 계속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앤코가 법원에 신청한 남양유업 주식 매각 가처분 신청이 이날 인용됐다고 전했다. 남양유업이 다른 매수자에 회사를 매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앤코는 말 바꾸기를 했다는 홍 회장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했다. 한앤앤 관계자는 "오히려 홍 회장 측이 가격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부탁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앞서 한앤코는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 홍 회장 등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이처럼 홍 회장과 한앤코가 서로에게 돌리고 있는 계약의 파기 책임은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소송전으로 치달은 상황이 한앤코에 유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남양유업이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돌연 6주 연기하고 거래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남양유업의 요구 사항이 계약상 근거가 없다면 한앤코가 법리 다툼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와 별도로 양측간 치열한 분쟁이 펼쳐질 경우 홍 회장의 회장직 유지가 길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5월 4일 홍 회장은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흘리며 회장직 사퇴와 자식에 경영권 승계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4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홍 회장은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이 무산되면서 홍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 이후 대국민 사과로 약속했던 회장직 사퇴와 경영권 승계 포기는 유야무야하게 됐다"며 "결국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남양유업 오너 일가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네티즌들 역시 "다시 불매운동을 시작해야겠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애초에 매각할 생각이 없었던 게 맞다"며 "또 국민을 속였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결국 반성한다고 눈물을 흘린 건 거짓이었다"며 "남양이 또 '남양'했다는 말밖엔 안 나온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