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이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에서 인간의 심연을 뒤흔드는 내공 깊은 연기력을 보였다.
전도연은 4일 첫 방송된 '인간실격'에서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서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부정을 맡았다. ‘굿와이프’ 이후 무려 5년 만에 드라마 복귀작을 통해 경이로운 필모그래피의 한 획을 예고했다.
1회에서 부정은 욕조 안 물속에서 눈을 감은 채 마치 죽은 듯이 무표정하게 잠겨 있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어 부잣집 도우미로 일하는 모습으로 힘든 하루를 그렸다. 또 시어머니 민자(신신애)와 한바탕 싸우고 난 후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남편 정수(박병은)에게 또박또박 할 말을 내뱉는 다혈질 성격도 내비쳤다. "내가 먼저 그런 거 아니야. 자기 어머니가 먼저 나보고 미친년이라고 했단 말이야. 사람이 마흔 넘으면 어떻게 해도 용서가 안 되는 그런 년이 하나쯤은 생겨"라고 거친 말들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버지 창숙(박인환) 앞에선 여린 딸이었다. 그간 말하지 못했던 통한의 절규로 눈물샘을 자극했다. 박스를 주우러 다니던 아버지를 보며 부정은 "나도 다 때려치우고 아부지랑 박스 주우러 다닐까? 박스 줍는 게 뭐하면...파출부 같은 것도 있고"라며 회사를 그만두고 가사 도우미를 다니는 사정을 넌지시 내비쳤다. 그러다 갑자기 아버지를 연거푸 부른 후 "아부지 나는 실패한 거 같애...”라며 “나 결국 아무것도 못됐어요...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됐어...나 어떡해 아부지 난 자격이 없어요"라고 흐느끼다 끝내 처연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전도연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고 방황하는 부정의 처절한 상실감, 삶의 나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공허함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쓸쓸한 고독감, 절망에 깊이 빠진 오열까지 인간 본연의 감성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다. 드라마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