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선발 투수 고영표(30)가 한국 야구 대표 '좌완 트로이카'와 어깨를 견줄 기회를 잡았다.
고영표는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4피안타 4탈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을 기록했고, 최다 땅볼(17개)을 유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최고의 투구였다"라며 극찬했다. KT는 11-1로 승리했고, 고영표는 시즌 9승(4패)째를 거뒀다.
고영표는 LG전 호투로 2021시즌 15번째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팀 동료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16번)에 이어 이 부문 리그 단독 2위에 올랐다. 국내 투수 중에서는 1위다. 리그에서 가장 꾸준히 6이닝 이상 막아내는 투수라는 의미다. 그는 4일 현재 경기당 투구 이닝(6이닝)도 공동 1위다. 조기강판은 단 한 번뿐이다.
고영표가 부상 없이 남은 시즌을 마무리한다면, 최소 9번 이상 더 등판할 수 있다. 앞선 18차례 등판에서 기록한 QS 확률은 83.3%(18번 중 15번). 올 시즌 20QS 이상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기록은 의미가 있다. 최근 10시즌(2011~20) 동안 '단일 시즌 20QS' 이상 달성한 투수는 연평균 3.1명이다. 2019시즌이 최다인 6명, 2011·2014시즌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국내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더 희소가치가 있는 기록이다. 한국 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이자 현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양현종(텍사스)만 해냈다. 세 투수의 KBO리그 커리어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류현진 3회(2007·2010·2012), 양현종 3회(2016·2017·2019), 김광현은 2회(2010·2019) 기록했다.
2020시즌에 20QS 이상 기록한 투수는 모두 외국인이었다. 국내 투수 1위였던 양현종은 15QS에 그쳤다. 고영표가 20QS 고지를 밟는다면 국내 투수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김광현과 양현종의 뒤를 잇는 리그 대표 선발 투수로 발돋움할 수 있다.
고영표는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중 이닝당 평균 투구 수(14.7개)가 가장 적다. 100구 이상 기록한 등판도 한 번뿐이다. 공격적인 승부를 선호한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이유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을 때는 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커브와 슬라이더 등 다른 변화구를 두루 구사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고영표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구종으로 스트라이크 2개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이전과 다른 투구(볼 배합) 패턴으로 타자와의 승부를 이겨내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전까지 잘 구사하지 않던 투심 패스트볼 구사율을 높였다. 효과적으로 통하고 있다.
고영표는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승선, 일본과의 준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값진 경험을 통해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은 레이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영표도 "선발 투수 임무를 맡으면서 항상 QS를 목표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못 하면 안 된다'라는 부담도 있지만, 최대한 많이 보여줄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