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양석환(30·두산)이 KBO리그를 호령하는 새로운 거포로 떠오르고 있다. 양석환은 지난 4~5일 열린 대구 삼성전에서 3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21호, 22호, 23호 홈런이 나오면서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도 세웠다. 7일 기준 홈런 1위 최정(SSG·26개)과 3개 차다. 양석환은 지난 3월 25일 LG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후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두산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에 출전하면서 기복 없이 꾸준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타율 0.291·23홈런·69타점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주 6경기에서는 타율 0.364(22타수 8안타)·3홈런·9타점·4득점으로 주간 홈런 1위, 타점 2위 등을 기록했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은 양석환을 9월 첫째 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두산 양석환. 정시종 기자 -후반기에도 타격감이 유지되고 있다. "작년 겨울에 준비 정말 잘했다. 다른 선수들이 쉴 때 이미 몸을 만들고 11월 말부터 기술훈련 시작했다. 그 정도로 올해 잘하고 싶었다. 시범경기 때도 성적이 좋아서 느낌이 좋았다. 후반기에는 오히려 체력적으로 힘들까 봐 연습량을 줄였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주 3회나 했는데 요즘에는 2회만 한다. 올림픽 휴식기가 큰 도움이 됐다. 보통 시즌에는 길게 못 쉬는데 이번에는 오래 쉬면서 체력이 회복됐다. 그래서 타격감도 좋은 것 같다. "
-처음으로 3연타석 홈런을 쳤다. 홈런 1위도 가까워졌다. "첫 홈런을 전날에 쳐서 3연타석 홈런인지도 잘 몰랐다. 다음 타석 때도 또 치면 4연타석이었는데 '이번엔 못 치겠지'라고 생각했다. 삼진당했다. 홈런 순위표는 잘 보지 않는다. 그래도 주변에서 알려주는 사람들이 많아 순위를 알고 있다. 홈런 1위는 못한다. 가장 큰 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어서 불리하다. 원래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도 아니다."
-두산에 와서 더 잘한다. "프로 8년 차인데 두산에 온 게 야구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됐다. 솔직히 내 의지로 온 게 아니라서 처음에는 아주 힘들었다. 이제는 두산과 잘 맞는 거 같다. 김태형 감독님이 '네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면 팀에 도움된다'고 하셨는데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됐다. 예전에는 출루를 많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볼넷을 얻어서라도 베이스에 나가려고 했다. 야구라는 게 잘하는 것에만 집중해도 10번 중 7번은 못 치는데, 못하는 부분까지 잘하려니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산에 와서 잘 적응하도록 도와준 동료가 있나 "박세혁 형과 허경민 형이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바로 연락해주셨다. 김재환 형은 타격훈련 때 세세하게 봐주면서 챙겨주셨다. 같은 이적생인 강승호도 여러모로 도움을 줬다. 강승호, 박계범 등 요즘 이적생 동료들이 잘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모두 이전 팀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두산에서 경기에 꾸준히 나가면서 기록이 좋아졌다."
-남은 시즌 목표가 더 커졌을 것 같다. "우선 전 경기에 나가고 싶다. LG에 있을 때 140경기까지는 뛰었는데, 올해는 체력이 더 좋아서 144경기 다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30홈런·100타점 기록을 세우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어서 더욱 의미 있는 기록이라서 은퇴하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 욕심이 과하면 또 안 될 수 있으니, 목표에 너무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 나가겠다."
-두산이 7위까지 떨어져 있어 힘든 상황이다. "두산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갔던 팀이라 우승이 기대됐다. 막상 와서 보니 팀 전력 출혈이 크더라. 그런데도 팀 성적은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우선 내가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 주변을 돌아볼 정신이 없었다. 이제 팀 성적도 올리고 싶고, 후배들도 잘 챙겨주고 싶다. 아직 가을야구 가능성이 있다.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