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9)이 토트넘의 ‘둘째 형’이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이 올여름 확 젊어졌다.
현재 손흥민은 골키퍼 위고 요리스(35)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나이 많은 선수가 됐다. 같은 1992년생 루카스 모우라, 맷 도허티와 함께 두 번째 고참이다.
이는 올여름 토트넘 단장으로 부임한 파비오 파라티치(49·이탈리아)의 작품이다. 그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과감한 리빌딩을 단행했다. 30대 전후 선수들을 대거 내보냈고, 수비 등 필요한 포지션에 20대 초중반 선수들을 알차게 영입했다. 유벤투스 단장을 역임했던 파라티치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이탈리아 세리에A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먼저 아탈란타 골키퍼 피에를루이지 골리니(26·이탈리아)를 데려오면서, 골키퍼 조 하트(34)를 셀틱으로 보냈다. 아탈란타 중앙수비 크리스티안 로메로(23)도 영입했다. 지난 시즌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 로메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골리니처럼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된 임대 계약인데, 로메로의 예상 이적료는 5500만 유로(686억원)다. 대신 토비 알데르베이럴트(32)를 알두하일(카타르)로 떠나보냈다.
골 욕심을 부려 한국 팬들을 속 터지게 했던 공격수 에릭 라멜라(29)는 세비야(스페인)로 이적했다. 대신 이적료 2500만 유로(340억원)를 얹혀 ‘스페인의 재능’이라 평가 받은 윙어 브리안 힐(20)을 데려왔다.
이적 시장 막판에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오른쪽 수비수 에메르송 로얄(22)과 5년 계약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FC바르셀로나에 이적료 2500만 유로(340억원)를 지불하고 영입했다. 대신 오른쪽 수비수 세르주 오리에(29)와 계약을 해지했다. 세네갈 대표팀 미드필더 파페 사르(19)를 영입해 곧바로 프랑스 메스로 임대 보내면서 미래 전력도 준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30대 미드필더 무사 시소코(32)와 측면 수비 대니 로즈(31)를 왓포드(잉글랜드)로 보냈다. 지난 시즌 임대했던 가레스 베일(32·레알 마드리드)과 카를로스 비니시우스(26·에인트호번)를 돌려보냈다. 주급이 24만 파운드(3억 8500만원)에 달했던 베일과 결별하면서 토트넘은 재정 부담을 덜었다.
토트넘은 알더베이럴트, 시소코, 조 하트 등을 내보내며 이적료를 챙기긴 했다. 그보다는 고액의 주급을 받는 선수들을 정리한 게 효과적이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토트넘이 11명을 내보내 주급 82만 2500파운드(13억 6580만원), 연봉 3948만 파운드(663억 6700만원)의 지출을 아꼈다”고 보도했다.
파라티치 단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단장이 경기 중 벤치에 앉아 불만을 토로한 선수가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토트넘 팬들은 “올여름 토트넘의 최고 영입은 파라티치 단장”이라며 감싸고 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토트넘의 선수 보강도 좋았지만, 30대 선수를 20대로 바꾸는 마법 같은 세대교체를 했다. 평균 나이 22.55세가 된 토트넘은 젊은 스쿼드로 탈바꿈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5.3세), 첼시(24.5세), 리버풀(23.6세)보다 젊다”고 평가했다.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 이적설이 돌았던 공격수 해리 케인(28)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또 손흥민과 4년 재계약했다. 차선임이 된 손흥민은 최근 EPL 200경기에 출전한 뒤 “팀에서 요리스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슬픈 일이다”고 농담한 뒤 “어린 선수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메로, 힐, 골리니는 지난달 20일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 출전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토트넘이 이적시장에서 아쉬움을 남긴 부분도 있다. ‘골칫덩이’ 미드필더 탕귀 은돔벨레(25)를 처리하지 못했다. 케인, 손흥민과 함께 팀 내 최고 주급(20만 파운드·3억 2000만원)을 받는 은돔벨레는 주전경쟁에서 밀린 상태다. 또한 케인 백업 공격수 영입에 실패했다. 아다마 트라오레(25·울버햄튼)는 이적료 협상에 실패해 데려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