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는 수입차 시장이지만 균형을 찾지 못해 불안한 모습이다. 특정 국가 특정 브랜드만 시장에서 주목받을 뿐 나머지 대부분은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후발 주자들은 부랴부랴 무이자 할부, 현금 할인 등을 내걸고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특정 브랜드 쏠림 현상이 굳어져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독일차가 점령한 수입차 시장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신규등록대수를 보면 올해 상반기 누적 대수는 14만7757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4만7757대보다 15.2% 증가한 수치다.
1위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차지했다. 총 4만2170대를 등록해 가장 높은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뒤로는 BMW와 아우디·폭스바겐이 바짝 쫓아오는 중이다.
BMW는 누적 3만6261대로 전년(2만5430대) 대비 42.6%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재개한 아우디는 1만대를 넘기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2% 성장세를 기록했다. 폭스바겐 역시 8752대를 등록해 전년 대비 18.2% 성장했다.
그 결과 상반기 수입차 시장은 독일차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점유율만 놓고 봐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올해 6월까지 누적 판매에 따른 점유율은 독일차가 10만3346대로 69.9%를 차지했다. 8만3000여대 수준이었던 전년 대비 23.6% 껑충 뛰었다. 그중 1위부터 3위를 기록한 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의 점유율은 66.2%에 해당한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 등 마땅한 신차가 없었던 비 독일계 차는 점유율이 소폭 떨어졌고 불매운동 장기화에 따른 여파로 판매가 급감한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은 2.7% 후퇴했다.
미국차도 점유율을 착실히 높여가고 있지만, 브랜드별 희비는 엇갈렸다. 지프·쉐보레 등이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포드·캐딜락 등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독일차 쏠림 현상은 판매 차종에서도 살필 수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 상위 10개 모델 중 메르세데스 벤츠 차종이 5종이었으며 BMW 2종, 테슬라 2종, 아우디 1종 등이 뒤를 이었다.
상반기 판매 1위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대표 세단 E클래스다. 라이벌 BMW 5시리즈가 지난해 9338대보다 17.7% 늘어난 1만991대를 판매했음에도 E클래스는 1만4733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646대보다 소폭 상승했다.
테슬라는 보급형 차종인 모델3가 3위, 덩치를 키운 모델Y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델3는 6275대로 지난해 6839대보다 8.2% 판매가 줄어든 반면 새로 출시된 모델 Y는 5316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4위는 아우디의 대표 세단 A6다. 지난해 상반기 4810대가 팔렸지만 올 상반기에는 5555대로 판매가 15.5% 증가했다. 상반기 판매 5위 차종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라인업인 S클래스로 4485대가 팔렸다. 지난해 3420대보다 31.1% 늘어난 수치다. 7위는 BMW 3시리즈로 4389대가 팔렸고 8위부터 10위까지는 모두 벤츠의 SUV 라인업(GLE·GLC·GLB 순)이 차지했다.
이런 분위기는 하반기에도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 수입차 브랜드별 판매 순위는 메르세데스 벤츠(6734대), BMW(5214대), 아우디(1341대), 폭스바겐(1305대) 순으로 상반기와 변동이 없었다. 판매 상위 10개 모델 역시 벤츠 3종, BMW 2종, 테슬라 2종, 폭스바겐 1종, 렉서스 1종, 미니 1종으로 독일차가 60%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차는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했고 지난달 국내 판매량에서도 외국계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을 넘어섰다"며 "수입차 점유율이 급상승하면서 업체 간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들 '눈물의 세일'
수입차 시장을 독일차가 점령한 가운데 뾰족한 대책이 없는 후발주자들은 '눈물의 세일'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1076대 판매에 그친 프랑스 차 푸조는 이달 낮은 판매량을 보이는 전기차의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구매보조금 4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민이 이달 푸조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e-208 GT 3429만원, e-2008 SUV 알뤼르 3534만원·GT 3784만원씩 지불하면 된다. 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전시에서는 e-208 GT 3024만원, e-2008 SUV 알뤼르 3156만원·GT 3406만원 등에 살 수 있다.
푸조의 전용 금융 서비스인 푸조 파이낸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전기차 충전카드 40만원, 220V 비상용 충전기(150만원 상당) 등 혜택을 추가로 받아 590만원 상당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반기 502대의 판매고를 기록, 전년 대비 24.4%나 하락한 미국차 캐딜락은 무이자 할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달 CT4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60개월 무이자 할부 및 보증연장, 36개월 무이자 리스, 현금 지원 강화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또 CT5 구매 고객들은 보증연장, 36개월 1.9% 초저리 리스, 36개월 1.9% 초저리 할부 중 한 가지 구매 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
SUV 차종에 대한 혜택도 강화했다. XT5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60개월 무이자 할부 및 보증연장 및 현금할인, 36개월 무이자 리스 및 현금할인, 현금 지원 강화 중 한 가지 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
일본차 혼다는 이달 어코드와 CR-V를 구매 시 혼다 파이낸셜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월 40만원대의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 주고 있다. 또 최근 캠핑과 차박 등 아웃도어 트렌드로 주목받는 대형 SUV 파일럿을 구매할 경우에는 200만원의 유류비를 지원한다. 전 차종에 평생 엔진오일 쿠폰도 덤으로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