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구단은 26일 "민병헌이 최근 현역 생활 지속 및 은퇴 여부를 두고 숙고하다 결국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병헌은 2017년 11월, 4년 총 80억 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고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총 4시즌 동안 342경기에서 타율 0.286, 28홈런, 134타점을 기록했다. 프로 통산 기록은 1438경기 동안 타율 0.295, 99홈런, 578타점이다.
민병헌은 2019년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뇌동맥류를 발견했다. 이후 정기검진을 통해 경과를 지속해서 추적 관찰해왔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뇌 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린다.
민병헌은 지난해 고통을 참고 뛰었다. 개인과 팀 성적 부진으로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컸던 민병헌은 지난해 여름 2군행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주장을 맡은 책임감 속에 1군에서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시즌을 완주했다. 단지 이전처럼 온 힘을 다 써서 뛰고, 배트를 휘두르지 못했다. 컨디션 저하 속에 109경기에서 타율 0.233으로 부진했다. 시즌 종료 후 "수술이 필요하다"는 병원 측의 소견에 따라 지난해 1월 수술대에 올랐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전지훈련에서 빠졌다.
"건강하게 돌아오겠다"고 다짐한 민병헌은 예상보다 이른 5월 말 1군에 복귀했다. 하지만 7시즌(2013~1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던 때처럼 날카로움은 없었다. 1군 14경기에서 타율 0.190(42타수 8안타)에 그쳤다. 결국 서른넷, 다소 이른 시점에 선수로서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다. 가장 최근 1군 경기 기록은 8월 29일 두산전이었고, 퓨처스리그 출장도 8월 18일 KIA전이 마지막이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26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민병헌의 몸 상태는 1년 전보다 좀 더 나아졌다.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만큼 몸 상태가 허락되진 않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꾸준하게 경기에 내보내지 못했다"며 "수술 후 짧은 기간 내에 경기에 나설 만한 몸 상태를 만든 것이 대단하다.
그는 좋은 리더였다. KBO에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했고, 2군에서도 젊은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좋은 얘기를 해주려고 노력했다"라고 평가했다.
민병헌은 은퇴 후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다. 민병헌은 "선수 생활 종반을 롯데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구단에 조금 더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아주 아쉽다. 그동안 아낌없는 사랑과 많은 성원 보내주신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