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KGC인삼공사가 벌써 이소영(27) 영입 효과에 반색이다. 기량은 물론 팀원들을 이끌어주는 선배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KGC는 지난 오프시즌 FA 최대어 중 한 명인 이소영과 3년간 연봉 6억5000만원(옵션 포함)에 계약했다. 공·수가 모두 되는 레프트 자원이 필요했해 이소영이 절실했다.
이소영은 GS칼텍스 시절 '소영 선배'란 별명으로 불렸다. 나이는 많지 않지만 평균연령이 낮은 GS칼텍스를 이끈 리더였다. 인삼공사 레프트진은 모두 20대다. 이영택 감독은 "소영이가 리더십이 있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의 기대대로 이소영은 빠르게 팀에 녹아들고 있다. 이 감독은 고참급인 이소영이 합숙을 하지 않고 출퇴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소영의 본가는 대전 연습체육관에서 1시간 거리다. 하지만 이소영은 숙소 생활을 자청했다.
이소영은 "팀원들과 친해지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숙소에 있으면 한 번이라도 더 선수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으냐"고 했다. 이어 "(한)송이 언니, (염)혜선 언니도 있지만 같은 포지션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내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고민지는 "소영 언니가 와서 정말 좋다. 퍼즐을 맞출 때 조각 하나가 중요한데, 소영 언니는 '세 조각'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GS칼텍스에서 함께 뛰다 트레이드로 다시 만난 박혜민도 "소영 언니가 떠날 때 속상했는데, 또 같이 뛰게 돼 정말 힘이 된다. 좋은 말을 정말 많이 해주는 선배"라고 했다.
구단도 이소영 영입 효과를 느끼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이소영이 온 뒤 소셜미디어 구독자가 1만 명이나 늘어났다. 마케팅 상품 관련 문의도 많다"고 전했다. 최근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족구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소영은 "잘 편집해주신 것 같다. 족구는 처음 해봤다"고 미소지었다.
이소영은 도쿄올림픽을 통해 '소영 후배'란 별명도 생겼다. 일본전 승리 이후 대표팀 주장 김연경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큰 화제였다. 김연경의 리더십은 이소영에게도 큰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연경 언니가 '하던 플레이 스타일대로 해라, 왜 기죽어 있냐'고 했다. 같은 말을 해도 연경 언니가 하면 다른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소영은 레프트로서 크지 않은 키(176㎝)다. 그래서 '국내용'이라며 폄하되곤 했다. 하지만 호쾌한 스파이크와 블로킹을 이용한 공격으로 이를 극복했다. 단신 레프트들이 이소영을 '롤 모델'로 자주 꼽는 이유다.
이소영은 "그런 얘기(자신이 롤 모델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묘하다. 후배들이 좀 더 진심을 담아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태극마크는 열심히 한다면 누구나 달 수 있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연경 언니가 없는 대표팀에서 조금이라도 더 빈 자리를 메울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이소영은 어느새 프로에서 10번째 시즌을 맞는다. 팀을 옮긴 그는 헤어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이소영은 "사실 몇 년 전부터 자를 생각을 하긴 했다. 너무 안 어울리면 가발을 살 생각까지 했다"며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고 해줘 다행이다. 어떤 분들은 왜 이제 잘랐느냐고 하더라"고 웃었다.
이소영은 KGC 이적 후 어깨 재활 및 휴식을 위해 컵대회는 나서지 않았다. 이소영은 "구단에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새로운 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