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에선 3할 타자가 귀하다. 6일까지 리그 3할 타자가 14명(규정타석 53명)에 불과하다. 23명이던 지난해보다 약 39% 감소했다. 한화, SSG, KIA에는 3할 타자가 아예 없다.
5년 전만 하더라도 KBO리그는 3할 타자 풍년이었다. 2016년 역대 최다인 40명의 선수가 '타율 3할' 훈장을 달았다. 규정타석을 채운 55명 중 무려 73%다. 2017년과 2018년은 각각 33명과 34명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8년 12월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정했다. 극단적인 '타고투저' 기조를 잡기 위해 기존 0.4134~0.4374이던 공인구 반발계수를 0.4034~0.4234로 낮췄다. 현장에선 비거리가 3m 정도 감소할 거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타구 반발력이 줄어드니 타자들의 성적도 요동쳤다. 2019년 3할 타자가 전년 대비 반 토막 수준인 18명에 그쳤다. KBO는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반발계수를 소폭 다시 올렸고, 지난해 3할 타자가 2년 만에 20명대를 회복했다. 그런데 올 시즌 3할 타자가 또 줄었다. 지난해보다 공인구 반발계수는 올랐는데 타자들의 성적은 비례하지 않고 있다.
A 구단 타격코치는 "투수들의 제구력이 일정하지 않아서 타자들이 타격 타이밍을 잡는 게 힘들다. 공이 일정한 존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오면 위축될 수 있다"며 "수비 시프트도 영향이 있다. 잘 맞은 타구가 계속 잡히니까 타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올 시즌 KBO리그는 9이닝당 볼넷이 리그 평균 4.23개다. 3.74개였던 지난해보다 0.49개가 늘었다. 9이닝당 평균 볼넷이 4개를 넘기는 건 2009년(4.09개) 이후 처음이다. 그뿐만 아니라 구단마다 수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타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타율이 0.241까지 떨어진 최형우가 대표적이다.
B 구단 타격코치는 "요즘 선수들은 트렌드를 쫓다 보니 타격 폼도 자주 바뀐다. 자신만의 타격을 적립하지 못하는 모습이 많다"며 "선수마다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좋은 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강해야 하는데 본인 것이 없으니 어려움을 겪는 선수가 있다"고 했다. 좀 더 냉정한 평가도 있다. C 구단 타격코치는 "선수들이 144경기를 뛸 수 있는 몸이 되지 않는다. 이전엔 안타를 치지 못하면 분해서 경기 후 스윙을 500~700개씩 하고 했는데 요즘엔 그런 선수를 찾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어 "좋은 외국인 투수가 영입되고 그들이 던지는 변화구를 국내 투수들이 배운다. 타자들의 변화구 대처가 되지 않아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3할 타자는 줄었지만, 타격왕 경쟁만큼은 뜨겁다. 리그를 대표하는 '타격 천재' 강백호(KT)와 이정후(키움)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C 구단 코치는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이 나이가 들어 하락세를 타고 있는데 그 자리를 채워줄 젊은 선수가 강백호와 이정후뿐"이라며 "아마 야구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창 훈련하며 기량이 늘어야 할 시기에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다. 아마 야구 전반적으로 좋은 선수가 없다. 또 괜찮은 선수는 프로에 오면 다 아프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