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선발 풍년'을 즐기고 있다. 7일 기준으로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다승(14승) 공동 선두, 토종 왼손 투수 백정현은 리그 평균자책점(2.60) 2위에 올라 있다. '미완의 대기' 원태인은 일찌감치 개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삼성 선발 투수들이 합작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KBO리그 두 번째인 57회. 선발 로테이션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데에는 '안방마님' 강민호(36)의 영향이 크다.
강민호는 올해 프로 18년 차 베테랑 포수다. 10개 구단 주전 포수 중 최고령이다. 하지만 타석에서의 생산성은 젊은 선수들 이상이다.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0(373타수 112안타), 16홈런, 62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명타자로 나서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 양의지(NC 다이노스)와 달리 강민호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쓴다. 포수로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홈런 16개를 때려내 박동원(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공동 1위다.
그의 진가가 드러나는 분야는 수비다. 수비이닝이 848이닝으로 포수 중 가장 많다. 리그 포수 중 800이닝 이상을 뛴 건 강민호와 유강남(LG 트윈스·824와 3분의 2이닝)뿐이다. 유강남이 포일(포구 실책)이 8개로 1위지만 강민호는 2개에 불과하다. 도루저지율(41.1%→23.4%)이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지만, 주자들이 안심하고 뛸 수 있는 포수는 아니다.
투수들이 느끼는 안정감은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다. 뷰캐넌은 6일 고척 키움전에서 14승 고지에 오른 뷰캐넌은 "강민호와 호흡이 잘 맞는다. 강민호와 함께하는 게 좋다. 감사의 의미로 그와 악수하고, 포옹한다"며 극찬했다. 뷰캐넌은 항상 강민호의 사인대로 던진다. 거부의 표시로 고개를 젓는 일이 거의 없다.
강민호는 젊은 투수들의 멘토이기도 하다. 원태인은 지난 6월 시즌 7승을 달성한 뒤 "강민호 선배를 만난 건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원태인이 직전 등판에서 부진하자 강민호는 "연봉에 비하면 넌 엄청난 성적을 내는 거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부담이 있을 텐데 편안하게 던져보자”고 다독였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지난 7월 도쿄올림픽에서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원태인은 "부모님과 함께 가는 기분"이라며 껄껄 웃었다. 그만큼 강민호를 믿고 의지한다는 의미였다.
강민호는 철저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주변에선 나이 탓에 기량이 떨어지는 '에이징 커브'를 우려했다. 그럴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내자"는 마음가짐으로 운동화 끈을 고쳐 맸다. 스프링캠프 기간 아침 7시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내년에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만큼 2021년은 그에게 중요한 시즌이었다. 백업 포수가 약한 삼성으로서도 강민호가 한 시즌 내내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느냐가 관건이었다.
한 프로야구 단장은 "강민호 성격이 서글서글하다. 그런 면에서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며 "포수는 사실 수비 때문에 타격에 집중하기 어렵다. 과거 박경완(통산 홈런 314개)처럼 타율은 약간 떨어지더라도 장타력이 있는 선수가 가장 이상적이다. 강민호가 여기에 가깝다. 내구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올 시즌 생각보다 괜찮더라. 삼성 전력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