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접전 승부 끝에 리그 1위 KT를 잡았다. 분위기를 내줄 위기에서 구원 투수 김명신(28)이 중요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다.
두산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와의 시즌 14차전에서 4-1로 승리했다. 1-1로 맞선 7회 말 공격에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앞서가는 적시타를 치며 리드를 잡았고, 최용제의 우전 안타와 박계범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더 추가했다. 8·9회 수비를 실점 없이 막아내며 리드를 지켰다. 5위권과의 승차를 1.5경기로 유지하며 4위를 지켰다.
이 경기 승부처는 7회 초 두산의 수비였다. 1-0으로 앞서가던 두산은 두 번째 투수 이영하가 1사 2루에서 3연속 볼넷을 내주며 동점을 내줬다. 이영하는 1사 만루에서 KT 제라드 호잉과 11구 승부를 펼쳤지만, 가운데 낮은 코스에 꽂힌 11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 상황에서 투수를 김명신으로 교체했다.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당연한 절차로 등판한 김명신. 그가 두산에 승리의 불씨를 재점화했다. KT는 이어진 기회에서 아껴둔 대타 카드 유한준을 내세웠다. 리그 야구 최고령 베테랑이다. 하지만 김명신은 외야 뜬공만 내줘도 역전을 허용하는 상황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를 썼다. 9구 승부 끝에 유한준을 삼진 처리한 것.
김명신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3구 연속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커트 2개를 당했고, 볼은 1개 더 늘었다. 하지만 결정구로 시속 137㎞ 포심 패스트볼을 바깥쪽(우타자 기준) 보더라인에 꽂았다. 유한준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로케이션이었다.
김명신은 기세를 이어, 이닝 두 번째 대타로 나선 장성우까지 삼진 처리했다. 올 시즌 클러치 상황에서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KT의 주전 포수다. 하지만 유리한 볼카운트(1볼-2스트라이크)를 만든 뒤 다시 한번 직구를 구사해 루킹 삼진을 솎아냈다.
현재 두산 마운드에서 선발과 마무리 투수를 잇는 역할은 이영하가 하고 있다. 이날도 그가 선발 투수 곽빈에 이어 나섰다. 6회 초 1사 1·2루 위기에서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영하가 흔들리자 김명신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불펜에서 궂은 임무를 도맡아 하고 있는 그가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명신은 8회도 마운드에 올랐고, KT 하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3점 리드를 지켜내며 마무리 투수에게 마운드를 마무리 투수 김강률에게 넘겼다.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김태형 감독도 "위기 상황에서 자신감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고 김명신의 투구를 칭찬했다.
경기 뒤 김명신은 "1-1이었다. 장타를 맞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콘택트 능력이 좋은 유한준 선배님을 만났다. 코너워크를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했고,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며 승부처를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