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취업규칙에 직원의 소지품 검사와 정치적 의사표시 제한 조항을 담아 직원들의 사생활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세계 그룹 30개사의 취업규칙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전체에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조 탄압 여지 및 정치활동 금지 소지가 있는 조항은 모든 그룹사 취업규칙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노동기본권을 해치고 있다고 송 의원실은 지적했다.
일례로 이마트는 제41조 '복무규율' 11항에서 '회사 허가 없이 유인물 및 기타문서 게시·배포, 현수막 설치, 벽보 등의 부착, 집회, 기타 업무와 관계없는 일을 하지 말 것'을 명시하고 있다.
주식회사 신세계 취업규칙의 경우 '복무 규칙' 제47조 16항에 '회사의 허가 없이 정치 운동에 참여하지 말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푸드, 스타벅스, 스타필드 하남과 안성 등 계열사 전체가 비슷한 내용을 취업규칙에 적시해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계열사의 77%(23개)에 달하는 23개 사가 소지품 검사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실제 스타벅스코리아의 경우 취업규칙에 '사내의 질서유지와 위해 예방을 위하여 사원의 출·퇴근 시 또는 필요할 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소지품의 검사를 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회사 출입을 금지하거나 퇴장시킬 수 있는 사유로 '소지품의 검사를 부당히 거부한 경우'도 들었다.
직원의 소지품을 검사하고 단체행동을 제한하는 관행은 이미 문제가 된 바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2013∼2014년 노조를 설립하려는 직원의 동선을 밀착 파악하고 직원들 소지품을 무단으로 검사해 논란이 됐다.
송 의원실 측은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이 지난 2011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노조 단체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취업규칙을 상당수 개정했는데 해당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노무법인은 송 의원의 의뢰에 따라 작성한 취업규칙 검토서에서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14조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경찰도 함부로 하지 않는 불심검문을 사기업이 하는 것인데, 사생활 침해이자 인사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의사표시를 제한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금지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이미 대법원은 근무시간이라도 사용자의 시설 관리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벽보 부착이나 일상적 노조 활동이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이어서 한 번 불리하게 만들어지면 노동자가 내용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실제로 소지품 검사를 행하거나 직원의 단체행동을 사전 허가하도록 강제한 적은 없다"며 "각 사의 취업규칙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점검할 계획이며,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