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 규제 우려에 몸값이 곤두박질쳤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까스로 고비를 넘기고 회복단계에 접어들었다. 다만 국내 1·2위 대기업을 위협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전일 대비 각각 3.40%, 3.85% 오른 39만5000원, 12만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틀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양대 포털은 시가총액 70조원을 다투며 치열한 3위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이미 수년 전 부동산과 쇼핑 서비스 등에서 불공정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철퇴를 맞고 상생 이미지 구축에 나섰던 네이버는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와 정치권이 가장 문제 삼은 것은 카카오의 모빌리티 사업이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의 요금 인상을 시도했다가 뭇매를 맞고 곧바로 변동 폭을 낮추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지만, 대리운전·퀵 서비스·꽃 배달 등 골목상권 침해를 비판하는 목소리로 번졌다.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됐다.
카카오T 요금 인상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올 8월 카카오의 주가는 14만~15만원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9월 들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공정성 관련 법안 입법 지원을 약속하고, 국회에서는 여당 의원이 중소상공인·대리운전 단체와 규탄 토론회를 여는 등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 9월 3일 15만6000원으로 7월 말 이후 최고점을 찍었지만,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약 17% 폭락했다.
함께 규제 범위에 들어간 네이버도 최근 3개월간 최고가인 45만4000원을 9월 6일에 기록했다가 3일 뒤 약 12% 떨어졌다.
양대 포털의 주가 하락이 정점에 달한 것은 이달 5일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날이다.
이날 카카오는 11만1000원, 네이버는 37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두 곳 모두 최근 3개월 기준 최저가를 나타냈다.
다행히 국감을 거치는 과정에서 두 포털의 주가는 완만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2일 큰 폭 감소했지만, 이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장기화 가능성, 외국인 투자 위축, 중국의 전력난 등 악재가 전체 시장에 영향을 준 탓이다.
국감 '플랫폼 때리기'에 맞서 정면돌파한 김범수 의장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동생 김화영 씨가 카카오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14억원에 가까운 퇴직금을 받은 것에 대해 "제가 생각해도 좀 많다"는 소신발언을 했다.
택시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지적에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조금 더 지혜롭게 풀어보겠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카카오가 갈 길은 멀다. 내수시장에 집중했던 사업 전략을 해외로 확장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시장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구체적인 상생안이 절실하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주가의 의미 있는 반등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판단한다"며 "규제 관련 이슈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네이버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