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직장 내 괴롭힘 논란 이후 처음으로 노조와 상견례를 가졌다. 그동안 회사 내부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노조와의 대화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에 따르면 한 대표는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노조 교섭위원들과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지금까지 대화가 제대로 안 되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회사도 노사가 대화해서 뭔가 결론을 내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들어 의미 있는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체적인 합의를 한 것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직원 평가·주 52시간제 등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네이버 지도 개발 담당 직원이 조직장의 부당한 업무 지시, 폭언 등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노조는 가해 임원을 감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사임과 노조 공동 대응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지만, 네이버는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 결과와 가이드에 맞춰 재발 방지를 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하고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네이버가 '노조 패싱' 이미지를 벗기 위한 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네이버로부터 받은 개선 계획을 보면,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조사·심의위원회라는 이름의 사내기구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