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를 위기에 빠뜨린 코로나19가 무색하게 야놀자의 몸집이 거대해지고 있다. 이미 토종 여행앱 가운데 정상 자리를 굳히고 있는데, 최근 인터파크를 인수하며 해외여행 시장까지 장악력을 더 키우게 됐다.
하지만 현재도 시장점유율이 70%라는 야놀자가 사세를 확장하면서 독점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최근 여행·공연·쇼핑·도서 등 인터파크 사업부문에 대한 지분 70%를 2940억원에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여행사가 없는 야놀자가 시기적절하게 국내 온라인 항공권 예약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인 인터파크를 통해 글로벌 여가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인터파크는 코로나19 여파로 공연과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111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의 성적표를 냈다. 하지만 공연·티켓 예매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특화돼 있어 야놀자에게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위드 코로나'가 임박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점차 늘어가는 찰나, 시기도 잘 맞아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야놀자는 하나투어와도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야놀자는 하나투어로부터 국내 여행업 1위 사업자로 하나투어가 기획한 여행상품을 제공받게 된다.
야놀자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 기업들이 잠식하고 있는 해외여행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야놀자는 '숙박 예약 시스템'에 대한 기반을 다지는 데 공을 들여왔다.
2016년 호텔예약 서비스 '호텔나우'를 인수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숙박 예약 플랫폼 '데일리호텔'을 품으며 사세를 키웠다. 이 밖에도 객실관리 시스템이나 호텔관리·호텔솔루션 업체를 인수·합병(M&A)하며 야놀자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호텔 등 숙박업체를 확대해왔다.
야놀자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물론, 숙박업체들까지 아우르며 코로나19로 무너진 여행업계와는 다르게 지난해에도 매출 성장을 이어갔다.
지난해 여행사들은 코로나19로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하나투어는 11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656억원의 적자를 냈다. 모두투어와 노랑풍선도 올해 상반기 각각 105억원, 6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야놀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28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0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 말부터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고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야놀자의 매출 성장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미 지난달부터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되살아 나는 분위기인데, 9월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국제선 여객은 28만7435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업계는 야놀자가 최근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받은 총 2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로, 더욱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보는 시선과 '독과점' 문제는 야놀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이미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야놀자가 70%, 여기어때가 25% 등 둘이 합쳐 95%의 시장점유율로 숙박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인터파크까지 인수한 야놀자가 점유율을 더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배보찬 야놀자 대표는 "사회적 책임을 고려, 검토해 시정하겠다"며 문제점을 인지·개선 의지를 보였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여행 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해외여행으로 확장하는 일은 야놀자가 반드시 이뤄야 할 숙제였을 것"이라며 "해외여행을 소비하는 플랫폼을 제치고 야놀자가 선택받게 될 경우 더 커질 독과점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